[탐사보도 뉴스프리즘] "회사가 지옥" 직장 내 괴롭힘

보도국 입력 2021. 11. 2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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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이광빈 기자]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지난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최초의 법적 조치가 시행되기 시작했습니다. 법 시행 2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괴롭힘 피해는 계속되고 있는데요. 알만한 대기업에서 문제가 터져 나오는 것은 물론, 공직사회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 실태를, 구하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극단으로 내몰리는 직장인들…공무원도 예외 없다 / 구하림 기자]

지난 5월, 네이버 직원인 40대 A씨는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A씨가 남긴 메모에는 평소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는 내용이 적혀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동료들은 A씨가 상사의 불합리한 지시와 괴롭힘으로 인해 극심한 압박감에 시달려왔다고 말했습니다.

<오세윤 / 네이버 노동조합 지회장(지난6월)> "고인께서는 밤낮 없이 과다한 업무를 진행하면서 무리하거나 부당한 업무 지시를 받고, 모욕적 언행 등 폭력적인 협박을 받으면서도 이를 거부할 수 없었습니다.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과 우리는 함께 일 할 수 없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처벌하는 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2년이 지났지만 A씨처럼 괴롭힘에 고통스러워하거나 심한 경우 극단적 선택까지 하는 사례도 줄지 않는 양상입니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최근까지 2년간 직장 내 괴롭힘 건수는 1만 934건이며, 월평균 수백 건씩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용기를 내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해봐도 피해를 보상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지난 2월 쿠팡 직원 B씨는 미지급 수당 관련 문의를 노조 SNS에 올렸다가 부당한 업무배치를 받는 등 괴롭힘을 당했다며 신고했지만, 사측은 이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9개월 만인 최근에서야 노동부는 이를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결론내렸습니다.

폭언이나 실적 압박을 넘어 괴롭힘 양상도 다양합니다. 지난 7월에는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회의 참석 시 정장 착용을 강요받고 업무와 무관한 필기시험까지 치른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습니다.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지난 7월)> "갑자기 시험을 봤습니다. '관악학생생활관을 한자로 쓰시오', '영어로 쓰시오'… 동료 한 분은 점수가 공개돼 창피 당했습니다."

민간기업이 아닌 공직사회에서도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습니다. 지난 9월 대전시 소속 20대 신입 공무원이 직장 내 갑질과 따돌림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샀습니다.

이 사건이 알려진 뒤 문재인 대통령은 공직사회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관련해 입법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는 등 여러 보완책이 마련되고 있지만,

수십 년간 이어진 고질적 폐습인 직장 내 괴롭힘을 하루아침에 뿌리뽑기는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연합뉴스TV 구하림입니다.

[코너:이광빈 기자]

'직장 내 갑질' 관련 법, 한번 살펴볼까요?

일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2019년 7월 시행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포함돼 있는데요.

이전까지는 폭행이나 모욕 등 일부 행위에 개별 법률을 적용했다면, '직장 내 괴롭힘'의 의미를 법적으로 정의하고 예방과 감독 의무를 규정했다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직장에서 갑질에 시달리다 보면 스트레스로 병을 얻을 수도 있는데요. 이 경우 업무상 질병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달부터는 법이 강화됐습니다. 고용주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객관적으로 피해 사실을 조사해야 하고, 관련 내용을 외부에 누설해서도 안 됩니다.

이렇게 직장 내 갑질이 처벌 대상이 된 계기들이 있었습니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갑질 사건들이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양진호 방지법'이라는 별칭으로 불렸죠.

지난 2018년,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회장의 엽기적인 괴롭힘 행위가 파장을 일으켰는데요.

직원에게 살아있는 닭을 석궁과 일본도로 죽이라고 강요했습니다. 직원 머리를 빨강색 초록색 등으로 염색하도록 했습니다. 생마늘을 강제로 먹도록 하는 등의 행각들도 이어졌습니다.

앞서 당시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가 직원에게 물컵을 집어던졌던, '물벼락 갑질' 사건도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직장 내 갑질은 기업에도 큰 리스크입니다.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등이 따를 수 있는 데다, 갑질 피해를 당한 직원이 즐겁게 일할 수 없습니다. 당연히 기업의 생산성이 떨어지겠죠.

직장 내 괴롭힘 1건에 대해 발생하는 비용을 1천550만원으로 추산한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이미지 하락도 물론 뒤따르겠죠.

(;-,_-)

출근 후 표정을 표현한 이모티콘입니다. 지난 7월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한국의 직장문화를 분석하면서 이 같은 이모티콘을 헤드라인으로 달았습니다. 경색되고 땀을 흘리는 표정이죠?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직장 문화에 대해 '살인적이기로 악명높다(notoriously punishing)'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민주주의. 직장에서도 민주주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새로운 개념도 아니고 많은 시간과 훈련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야 구성원들의 창의력도 올라갈 수 있습니다. 갑질, 괴롭힘의 설 자리가 물론 없어지겠죠.

[이광빈 기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효과를, 피해자들은 느끼고 있을까요? '온라인 괴롭힘' 같은 새로운 유형의 행위도 발생하고 있는데요. 괴롭힘이 근절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차승은 기자가 직장인들의 솔직한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법 있어도 괴롭힘 여전…"증거 못 만들게 교묘히" / 차승은 기자]

지난 한 해 동안 직장인 10명 중 3명은 직장 안에서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지난해 보다 약 7% 감소한 건데요.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 수준이 '심각하다'는 응답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서울시 민간 위탁 기관에서 근무하는 A씨는 최근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갑작스럽게 기존 업무와 다른 부서로 발령되자 A씨가 이에 항의해 인수인계를 거부한 것이 이유였습니다.

해고 통보 전, 상사는 업무가 지연된 일에 대해 배임죄로 고소하겠다며 협박했고, 폭언과 고성은 일상이었습니다.

< A씨 /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벽 너머로 "다 잘라버리면 돼", "X소리 하면 죽여버릴 거야" 이런 식으로 고성이 들렸던 걸로…"

상사의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A씨는 몸과 마음에 병을 얻었습니다.

< A씨 /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정신과 내원했는데 약 처방받아야 할 것 같다는 내용도 받아서 약을 먹고 있고, 위장염이 많이 심해져서 한 달 치가량 약을 처방받아서 먹고 있습니다."

한편, 피해를 증명하기 어려워 신고하지 못하거나, 신고를 하더라도 괴롭힘으로 인정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산에 있는 공기업에 다니는 B씨, 재작년 직장 상사 3명에게 괴롭힘을 당해 회사에 신고했지만 피해를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사실관계 파악이 분명하지 않고, 당사자들의 입장이 저마다 달라 명백한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겁니다.

B씨는 괴롭힘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만들기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 B씨 /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1대1로 있을 때만 인사를 안 받고 투명인간 취급을 하고요. (주변에) 호소를 해도 일단 자기들이 볼 때는 안 그러니까 저만 이상한 사람이 되는… 선배들이 휴대전화도 못 쓰게 했거든요. 그래서 녹취를 할 수가 없었어요."

익명이 보장되는 직장인 앱에 B씨 실명을 거론하며 비방하는 이른바 '사이버 불링'도 있었지만 증거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 B씨 /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제가 신고했던 내용들이 (앱에) 올라왔어요. 저랑 조사관, 피신고자들 3명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들이… 그 사람들은 자기들이 안 썼다 하더라고요. 또 회사는 그걸 믿어줘요."

피해자들은 직장 내에서 괴롭힘 행위가 끊이지 않는 이유를 위계적인 조직 문화에서 찾았습니다.

< A씨 /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부장님들이) "수직적인 문화를 그냥 받아들여라", "사회는 이런 곳이다" 이렇게 말씀을 하시면서 저를 설득을 하셨거든요."

< B씨 /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사내 문화가 너무 수직적이고 기수 문화가 강해서 너무 힘들었어요."

때문에 수평적인 조직 문화와 사건 은폐를 감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연합뉴스TV 차승은입니다.

[이광빈 기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우리나라 직장문화를 바꾸려는 시작 단계입니다. 지난 2년간 법 적용 상황을 점검해 좀 더 실효성 있는 방안을 보완해야 할 텐데요. 한 차례 법 개정에도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지적입니다. 정인용 기자가 해결방향을 짚어봅니다.

[법의 사각지대 여전…"결국 직장문화가 바뀌어야" / 정인용 기자]

30대 여성 A씨는 상사의 괴롭힘에 지난 4월 고용노동부 신고를 마음 먹었습니다.

하지만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상 회사에는 신고 내용이 사실로 확인될 때까지 피해자를 위한 분리나 유급 휴가 등 조치를 취할 의무가 없어 A씨는 기존처럼 계속 출근해야만 했습니다.

특히 가해자에게 내려지는 처분은 A씨를 더 힘들게 했습니다.

<직장 괴롭힘 피해자> "가해자에 대한 조치는 경고에 그쳤고, 사과 한 마디도 못 들었어요. 가해자에게 어떤 불이익도 없고 하다못해 회사에 대한 (조치도 없어서…)"

실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뒤부터 지난 8월까지 노동부에 신고된 건수는 1만2천건을 웃돌았지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진 건 40건 남짓에 불과했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아예 법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어, 괴롭힘을 당해도 신고할 곳조차 마땅치 않습니다.

<박점규 /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법) 시행령만 바꾸면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할 수 있고 이로 인해 퇴사했다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데 당장 할 수 있는 일조차 정부가 안 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

정부는 관련 연구용역을 맡긴 상태로 연말까지는 결과를 받아들 전망인데, 실제 법이 바뀔지는 미지숩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사회적 논의 많이 거쳐야 될 것 같고 전문가에게 방안도 들어보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5인 미만이 전체적인 화두여서…"

다만 모든 걸 법적으로만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결국은 직장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세대 간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인식 차이를 줄이는 게 궁극적인 해법이라는 지적입니다.

<구정우 /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청년세대와 기성세대 간 불통이라는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 평상시에 구성원들 간에 소통하고 배려하고 공감하는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말단 직원이 선배나 고위 경영진의 멘토가 되는 이른바 '역멘토링' 등 제도를 통해 수평적 문화가 사회 전반에 정착될 필요가 있다는 조언입니다. 연합뉴스TV 정인용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현실 직장인의 애환을 생생하게 그린 드라마 <미생>. 눈물 섞인 공감으로 돌풍을 일으킨 게 지난 2014년입니다. 그때와 지금, 우리사회 직장문화는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그 사이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는 성과가 있었지만, 괴롭힘은 더 교묘해지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고통받는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꿈의 직장'이란 표현, 주로 일과 삶의 균형이 맞고, 안정적이며, 연봉이 높은 회사를 지칭하죠. 그러나 이런 조건을 갖춘 직장이더라도 괴롭힘을 당하는 피해자에겐 '꿈의 직장'이 아니라 '지옥'일 겁니다. 갑질과 괴롭힘 때문에 출근길이 지옥길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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