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국세청 딴소리에 '양도세 리셋 참사'..납세자들은 울화통

김아사 기자 2021. 11. 2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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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지난 2일 내놓은 ‘일시적 2주택자 비과세 보유기간 기산일’ 관련 유권해석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세금 집행을 두고 기재부와 실제 집행 기관인 국세청의 말이 완전히 달라 혼란이 빚어졌는데 누구도 잘못을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 세무 업계에선 ‘참사’ 수준의 세금 집행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 납세자들만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800명가량이 참여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만들어졌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항의 글이 이어졌다. 기재부 청사 앞에선 납세자들이 모여 피켓 시위도 진행했다. 한 납세자는 “사정에 의해 다주택이 된 사람도 있는데 투기꾼 취급하면서 법령에도 맞지 않는 유추해석을 하고 있다”며 “국세청 안내까지 받아 실행한 걸 틀렸다고 하면 누굴 믿으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시적 2주택 논란에 항의하기 위해 지난달 납세자들이 기재부 앞에서 피켓 시위 하는 모습/독자 제공

◇'일시적 2주택’은 몇 주택인가요

해당 사안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난맥(亂脈)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정부는 25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동안 양도세 관련 세법은 5번 바꿨다. 집값 상승의 주범을 다주택자로 보고 이들에게 세금을 중과하기 위해 자주 법을 바꾸다 보니 조문 간에 배치되거나 틈이 생겼다. 그러나 본래 법 개정 취지를 무시할 수도 없다 보니 앞뒤가 안 맞는 법해석이 나왔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투기 수요를 잡겠다며 ‘이미 2년을 살았던 집이라도 다주택자가 될 경우 ‘최종 1주택이 된 때’로부터 거주기간을 다시 계산한다’는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른바 ‘리셋 조항’으로 적용 시점은 2021년 부터다. 2017년 서울에 집을 구매한 후 4년을 거주한 이모씨가 인천에 집을 추가로 구매해 2주택자가 됐다면, 서울에 거주한 4년은 리셋된다는 의미다. 이 거주 기간 계산은 인천 집을 판 뒤 서울집이 남아 최종 1주택이 된 시점부터 다시 해야 한다.

기재부가 2일 발표한 유권해석의 골자는 2주택자가 3주택이 된 뒤 한 채를 팔아 ‘일시적 2주택’이 된 경우에도 이 리셋 조항을 적용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경우의 수로 나눠질 수 있는데 기재부는 원칙적으로 2021년 1월 1일 이후 3주택이 됐거나 유지한 경우라면 이후 집을 팔아 일시적 2주택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이 리셋 조항을 적용받게 된다는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오른쪽 두번째)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논란은 두 가지다. 일단, 기재부 말대로 일시적 2주택에 해당 리셋을 적용해야 하는지 여부다. 소득세법 개정 취지에 따라 예외 없이 적용되는 게 맞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세법 개정 취지가 투기를 막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기재부의 말이 맞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이 조항은 “2주택 이상을 보유한 1세대가 1주택 외의 주택을 모두 처분한 경우 처분 후 1주택을 보유하게 된 날로부터 보유기간을 기산한다”는 규정이다. 한마디로 ‘최종 1주택만 남은 1세대가 이 법령의 적용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일시적 2주택’은 보유 기간 계산을 ‘취득일’로부터 하게 돼 있다. 납세자들은 “1주택과 일시적 2주택은 엄연히 다르다”며 “법문 그대로 해석하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최종 1주택의 범주 안에 일시적 2주택도 들어가게 해석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국세청과 기재부 완전히 다른 얘기로 혼란,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

납세자들이 이 사안을 두고 황당해하는 진짜 이유는 두번째 논란 때문이다. 기재부와 달리 국세청은 일시적 2주택은 리셋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던 것이다.

국세청은 지난 3월과 4월 공식 문서인 사전 답변 등을 통해 3주택자가 한 채를 팔고 ‘일시적 2주택’에 해당한다면 리셋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이외에도 국세청은 개별 상담 등을 통해 일시적 2주택의 경우 보유 기간 계산을 취득일로부터 하면 된다고 밝혔었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이 국세청의 해석을 믿고 매수, 매도 계획을 세우거나 진행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2일 유권해석을 통해 이를 완전히 뒤집었다. 다만 일종의 구제책으로 본래는 안 되지만 국세청이 잘못 답한 게 있으니 자신들이 새 유권해석을 내놓은 날(11월 2일)까지 국세청이 상담한 사례(2021년 1월 1일 이후 새로운 3주택 취득이 아닌 2020년 12월 31일까지 3주택 상태를 유지하다가 2021년으로 그대로 넘어온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는 비과세를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유권해석을 내놓은 11월 2일 이전 매도 경우에 한해서다.

그러나 이런 구제책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논란이 일었던 올 해 중순부터 국세청 등은 ‘정해진 게 없으니 유권해석이 나올 때 까지 기다려보라’고 안내했기 때문에 11월 2일까지 정리한 이들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한 납세자는 “국세청이 일단 어찌될지 모르니 기다려보라는 취지로 말해 기다렸는데, 11월 2일 전에는 매도를 했어야 한다고 하니 더 당황스럽다”고 했다. 기재부도 민원을 제기할 때마다 ‘유권해석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납세자들은 또 한번 뒤통수를 맞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국세청이 잘못 해석해 피해를 본 사례를 구제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 측도 “일부 해석 오류가 있는 것은 맞지만, 기재부가 고심 끝에 해결책을 마련한 것 아니냐”고 했다. 새로운 법 해석이 종전의 해석과 다른 경우에는 새로운 해석이 있는 날부터 납세 의무가 성립한다. 이 때문에 기재부가 11월 2일을 기준으로 정한 것이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이 경우 국세청 등이 유권해석이 어떤 방향으로 나올지 몰라 일단 기다리라고 안내했기 때문에 논란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많다.

납세자들은 기재부와 국세청이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해 혼란을 야기한 부분을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세청은 논란이 일자 국세상담센터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관련 양도세 상담 정보 자료를 삭제했다. 한 납세자는 “부모님이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상속이 이뤄져 원치 않게 다주택자가 됐는데, 죄인 취급하며 집을 팔지도 못하게 한다”며 “간절한 입장을 어렵게 기재부에 전했더니 그냥 소송하라고 말하더라, 억울해서라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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