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노 ACC COO "한국 배터리 소부장 기업들과 협력 기대"
“프랑스와 독일이 합친 ACC는 전기차 배터리 업계의 에어버스입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한국 배터리 업체들과 협력을 기대합니다.”
지난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주한 프랑스 경제상무관실에서 만난 장-밥티스토 페르노(Pernot) ACC(Automotive Cells Company)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번 출장에서 한국의 소재·부품·장비 업체 20여곳과 만날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ACC는 지난해 여름 프랑스 화학기업 토탈의 배터리 자회사 사프트와 세계적인 자동차업체 스텔란티스가 합작해 만든 전기차 배터리 기업이다. 지난 9월 독일 메르세데스-벤츠가 합류해 3사가 각각 33.3%씩 보유하고 있다. 올 9월 보르도에 R&D(연구개발) 센터가 문을 연 데 이어 연말부터 보르도 인근에서 시험설비가 가동을 시작한다. 프랑스 공장은 2023년 하반기, 독일 공장은 2025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2030년까지 유럽 내 배터리 생산 능력은 연 120GWh(기가와트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 IT제품 기술력이 K-배터리 경쟁력의 원천
페르노 COO는 “PC와 스마트폰 등 IT(정보기술) 제품 분야에서 쌓은 기술이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세계 시장을 이끌게 한 경쟁력이라고 본다”며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삼성SDI는 글로벌 배터리 업계에서 존경받는 선도 기업”이라고 말했다.
페르노 COO는 수요처가 될 수 있는 완성차 업체와 기술력을 가진 배터리 기업이 합작한 ACC와 같은 모델이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효과적인 모델이라고 했다. 그는 “배터리는 전기차에서 전략적인 핵심 부품이라는 점에서 완성차 업체의 참여가 확대될 것”이라며 “다만 ACC는 주주인 완성차 업체와 서로 독점적인 관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주주사도 ACC가 생산한 배터리 외에 다른 업체 물량을 구입할 수 있고, ACC도 스텔란티스, 메르세데스-벤츠 외에 다른 자동차 업체에도 납품할 수 있다. 실제로 스텔란티스는 북미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와 합작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 시장을 기반으로 한 ACC가 가격 경쟁력에서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업체들은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에 생산기지를 세우고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페르노 COO는 “서유럽이 인건비는 비싸지만 숙련된 기술자가 많고, 생산성이 높다”며 “프랑스는 원전 덕분에 에너지 생산비용도 유럽 평균보다 낮아 동유럽, 아시아보다 오히려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 ”LFP 배터리 미래는 미지수”
최근 들어 테슬라가 채택하면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서 관심이 높아지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LFP 배터리는 주행 거리가 짧고, 무거워 중국산을 중심으로 보급형 모델에 주로 쓰였지만, 기술 개발을 통해 단점을 보완하고 안전성이 부각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페르노 COO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LFP가 화재 위험성이 적다지만 설계나 품질검사 등을 통해 충분히 줄일 수 있는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가격이 싸다지만 계속 이 같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라며 “최근 2~3달간 LFP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2~3년 후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수소차는 전기차와 보완적 관계이지만 고려할 점도 많다고 진단했다. 그는 “트럭과 같은 장거리 수요에서 수소차가 경쟁력 있을 것”이라면서도 “충전 인프라 등 비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수소차에 공급할 수소를 어떤 전기로 만들 것인가도 의문”이라며 “환경에 긍정적이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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