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급등이 시장 탓?..금융위 해명에도 논란 고조

정옥주 2021. 11. 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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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당국 "규제탓, 은행 탓 아닌 준거금리 탓"
전문가들 "설득력 떨어져…면밀한 분석 필요"
개입 안한다더니…비난여론에 시중은행 소집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가 연 3.96~5.26%로 집계된 3일 오후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2021.11.03.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로 대출금리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는 불만이 높아지자 금융당국이 연일 해명에 나서고 있다. 대출금리가 급등하는 원인이 규제나 은행 때문이 아닌 시장논리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란 주장인데,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대출규제 강화를 이유로 은행들이 금리를 올려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참고자료까지 내가며 최근의 금리 급등은 '준거금리 상승'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7일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여전업계와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대출 준거금리가 오른 이유는 시장금리가 오른 것도 있고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과도 관계가 있다"며 "또 전 세계적으로 통화정책이 정상화되면서 시장금리가 크게 오른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날인 18일엔 참고자료까지 내고 같은 논리를 이어갔다. 대출 준거금리인 국채와 은행채 등의 금리가 글로벌 동반긴축·기준금리 인상 경계감 등으로 하반기부터 크게 상승하고 있는데, 특히 10월에 급등해 금리상승 체감폭도 더 커졌단 것이다.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따라 가산금리·우대금리가 대출자들에 불리하게 된 측면도 있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은행들은 준거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금리를 산출한 뒤 우대금리 등으로 금리를 깎아준다. 그런데 금융위에 따르면 5대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평균 금리가 지난 6월 말 2.75%에서 지난달 3.42%로 0.68%포인트 상승한 가운데, 이 중 준거금리가 0.64포인트 올랐고 은행들의 우대금리가 0.08%포인트 축소됐다. 은행 가산금리는 오히려 0.04%포인트 내렸다.

신용대출 평균 금리도 6월 말 2.84%에서 10월 말 3.45%로 0.62%포인트 올랐고 이 가운데 준거금리가 0.44%포인트, 가산금리가 0.14%포인트 올랐다. 우대금리는 0.03%포인트 축소됐다. 특히 6~9월 가산금리, 우대금리를 크게 올린 특정 은행의 효과가 컸으며, 이를 제외할 경우 6~10월 변동폭은 가산금리는 0.09%포인트 오르고 우대금리는 0.1%포인트 내린 것이라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은행들의 가계대출 예대마진이 급증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코로나19 이후 은행권의 예대금리차가 확대된 것은 맞지만, 올 들어 9월까지 2%포인트 내외에서 큰 변화없이 유지되고 있단 것이다. 또 은행권 3분기 이자수익이 급증한 것도 예대금리차 확대 보다는 가계대출 자체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고 봤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출금리 급등은 이자수익 때문이라기 보단 은행들의 자본 조달 평균 금리가 높아진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국채와 은행채 등이 현재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오르는 추세고, 반면 가산금리는 비교적 일정한 수준으로 가고 있다. 예금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예대금리 격차는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이러한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다.

준거금리가 오른 영향도 분명히 있긴 하지만, 대출금리가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는 것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실제 이달 들어 준거금리인 국채·금융채 금리가 하락하는 등 다소 안정화되고 있음에도 은행들의 대출금리는 더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결국 은행들이 정부의 대출규제로 인해 줄어든 수익을 벌충하기 위해 이자를 올려 받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준거금리의 영향이 있다는 당국의 주장이 전혀 틀리진 않지만, 왜 대출금리가 과거보다 빠르게 인상되는 지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상승 속도에 있어서는 대출총량제가 상당히 기여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난 3분기 5대 은행의 평균 순이자마진(NIM)이 1.43%로 전년동기(1.38%) 대비 확대된 점에 주목했다. 서 교수는 "은행들은 대출총량제로 대출 취급이 줄어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오히려 마진확보 기회로 활용한 것 같다"며 "3분기 실적도 이를 입증하고 있다. 1.43%의 NIM은 과거 가장 높았던 2010년께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지금의 대출총량 규제가 없었다면 NIM이 개선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설명대로 금리 상승기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는 등 시장논리에 따라 오른 부분은 있다"며 "그러나 물량을 조정하면 가격이 변하고 가격을 조정하면 물량이 변하기 때문에 지금은 어느 쪽인지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 추가적으로 대출규제 영향이 있었을 지는 좀 더 분석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좀 더 원인을 세밀이 분석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금리 조정에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 교수는 "당국은 은행들의 우대금리나 가산금리에 개입할 수 없다고 하는데 그간 정부는 은행들의 대출공급에 규제를 하고 기금 출연을 부탁하고, 가맹점 카드 수수료 관련해선 직접 개입해서 정해 왔다"며 "은행들의 이자율과 관련해 개입할 수 없단 말은 맞지가 않고, 최소 상반기까지는 어느 정도 상한선을 유지해달라고 은행들에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어느 시점에서 대출총량제를 해제하고, 대신 가계부문 경기대응 완충자본제와 같은 거시건전성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며 "가계부채를 늘리는 은행에 대해 추가 자본금을 부과하게 되면 은행들 스스로 억제하게 돼 있다. 은행마다 자산규모, 대출규모, 건전성이 다 다른데 획일적으로 무조건 맞추라 하는 계획주의 경제 스타일은 금리 인상, 대출 공급자 시장으로 바뀌는 등의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도 "은행들이 과점 상태에서 지나치게 가격을 올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좀 더 세밀하게 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며 "이후 필요하다면 정부가 개입에 나설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출금리 급등으로 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비난이 가라앉지 않자, '개입 불가'를 외치던 금융당국도 스탠스를 바꾸는 모양새다. '폭리'가 아니라던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 개입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 주요 시중은행 임원들은 긴급 소집해 "은행 영업현장에서 대출금리 산정·운영이 모범규준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지 살피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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