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0년'에 분노한 오세훈 '박원순 서울시' 뒤집기 성공할까 [핫이슈]

박정철 2021. 11. 2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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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고 박원순 시장의 도시재생사업을 맹렬히 비판하며 도시 계획을 새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박 전 시장 시절 '잃어버린 서울시 10년'을 되찾겠다는 다짐을 공식 천명한 것이다.

오 시장은 18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 답변에서 "8월초쯤 세운상가 위에 올라가서 종로2가와 청계천을 보면서 분노의 눈물을 흘렸다"며 "저렇게 10년간 방치될 수밖에 없었던 도시행정을 한 서울시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말문이 막혔다"고 토로했다.

오 시장은 "세운재정비 촉진지구를 보면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10년 정도 내 계획대로만 꾸준히 시행했다면 서울 도심 모습은 상전벽해가 됐을 것"이라고 아쉬움도 털어놨다.

오 시장은 지난 10년간 서울 건축행정의 수장 역할을 한 승효상 총괄건축가에 대해서도 "그 분이 지나치게 보존 중심의 이상주의적인 건축관, 도시관을 가지고 영향력을 크게 미쳤다"며 불편한 심정을 내비쳤다.

세운재정비 촉진지구는 오 시장과 박 전 시장이 충돌했던 대표적 사업으로 꼽힌다.

오 시장은 재임 시절인 2006년 세운상가 일대를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한 데 이어 2009년에는 세운상가군을 철거하고 주변 8개구역 통합개발을 골자로 한 재정비촉진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은 취임한 뒤 2014년 오 시장의 철거계획을 백지화했고, 도시재생 중심으로 재정비촉진계획의 방향을 바꿔버렸다.

이듬해인 2015년에는 세운상가와 청계상가 간 공중보행교를 조성하는 계획까지 발표하면서 오 시장의 청사진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러니 오 시장이 울분을 터트릴 만도 하다.

도시재생은 박 전 시장의 핵심사업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도시재생뉴딜사업)이기도 하다.

노후화된 주택과 상업지역에 대한 재개발·재건축 대신 벽화 그리기와 화단 가꾸기, 가로등·CCTV 설치, 골목길 포장, 도로 정비, 공공건물 신설 등으로 지역의 안전과 편의성을 높여주는 사업이다.

한마디로 '개발'보다는 '원형 보존'을 기반으로 재생하는 것이 사업의 취지인 셈이다.

하지만 주민들이 거주하는 낡은 아파트와 건물은 그대로 놔둔 채 주변 환경만 일부 손질하다보니 비용만 많이 들고 성과는 없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게 사실이다.

원주민들의 정착에만 신경을 쓴 채, 슬럼화하는 지역 현실을 외면한 날림정책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동, 용산구 서계동, 구로구 가리봉동 5구역 등이 도시재생구역 해제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선 "도시재생이 지역 주민들의 생활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관련사업을 하는 민간단체들의 배만 불려줬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로 박 전 시장은 재임시절 도시재생을 비롯해 마을공동체, 주민자치, 태양광 사업 등 여러분야에 시민단체들을 끌어들여 막대한 혈세를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오 시장도 지난 9월 기자회견에서 "지난 10년간 시민단체 지원예산만 약 1조원에 달한다"고 했다.

이러다보니 박 전 시장 재임기간 동안 서울의 도시 농부는 지난 2011년 4만5000명에서 지난해 64만명으로 10배 이상 늘었고 농사짓는 공간도 7배 가량 증가했다.

반면 노들섬을 랜드마크로 만들기 위한 오 시장의 '한강 예술섬' 사업 등은 모두 폐기됐다.

이처럼 '박원순 서울시'가 자신들의 이념과 진영논리에 맞는 정책만 밀어붙이고 일부 시민단체들에 세금을 퍼주다보니 서울의 도시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올 3월 전경련이 미국 컨설팅기업 AT커니의 '글로벌도시 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서울은 2015년 11위에서 2020년 17위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더불어민주당내 서울시장 경선에 나선 우상호 의원이 박 전 시장을 겨냥해 " 재임 7년동안 서울이 미래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의 안일한 행태도 문제다.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스, 미국 뉴욕의 허드슨야드 같은 랜드마크를 세워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높여도 모자랄 판에, 금싸라기 땅인 용산의 국제업무지구에 공공주택 1만가구를 짓겠다고 벼르고 있으니 한심스럽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 시장이 용산 국제업무지구와 전자상가를 연계한 신산업 실리콘밸리 등 새롭고 야심찬 도심개발 계획을 적극 추진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정부와 민주당 소속이 다수인 서울시 의회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것은 오 시장이 서울의 획기적인 탈바꿈을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세계적인 도시 전문가 리처드 플로리다는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에서 "슈퍼스타 도시들은 가장 높은 수준의 혁신을 창출하고 가장 많은 글로벌 자본과 투자를 통제하고 끌어들인다"며 "우리 경제와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유일한 길은 도시화를 막는 것이 아니라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이제라도 오 시장이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아 서울을 미래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도시로 우뚝 도약시키는데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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