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속으로] 은행·정부는 '내 탓' 아니라는데..대출금리 왜 오를까

오상헌 기자, 양성희 기자, 김상준 기자 2021. 11. 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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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량 관리를 하면 자금(대출) 공급이 줄어 금리가 오르고 (은행들이) 각종 우대 조건을 줄이는 현상이 벌어진다. 어떤 식으로든 가격 변수가 반영돼 대출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를 거다".

가계부채 총량 규제가 강화된 지난 9월 금융당국 핵심 관계자가 한 세미나에서 했던 말이다. 총량 관리가 이뤄지면 경제 주체들이 고통을 나눠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불가피하다고도 했다. 수요와 공급 원리대로 대출이 막히면 가격(금리)은 오르게 마련이다. 은행들이 대출 수요를 억제하려고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는 내리는 '금리 조정'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은행 예금금리가 오르는 속도는 대출금리보다 더디고, 폭도 작다. 빌려줄 데가 없는데 비싼 금리를 주면서 예금을 유치할 유인이 없어서다. 은행 예대금리차가 커진다는 얘기다. 고객들의 비용 부담은 커지고 은행 이익은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여기에 초저금리 때 잔뜩 늘려 놓은 대출 이자가 이전보다 더 많이 들어와 은행 이익이 더 많아진다. 강도높은 총량 관리가 시행된 올 하반기 금융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 바로 이렇다.

그런데 금융당국은 최근 대출금리 상승이 총량 규제와는 큰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글로벌 긴축과 기준금리 추가 인상 기대감에 '준거금리'(대출금리의 지표금리)가 올라 대출금리가 뛰었다는 것이다. 은행들의 가산금리, 우대금리 조정이 대출금리 상승에 미친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했다. 총량 관리 강화 이후 여러 부작용이 생기고 금융시장 왜곡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적극 해명에 나선 것이다.


20일 금융당국과 은행업계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평균은 지난 6월 말 2.75%에서 10월 말 3.42%로 68bp 가량 올랐다. 이중 64bp가 준거금리 상승분이다. 우대금리가 8bp 축소됐으나 가산금리는 오히려 4bp 낮아졌다. 준거금리가 오른 게 주담대 금리 상승의 주된 배경이라는 게 은행과 정부의 설명이다.

그런데 신용대출은 양상이 좀 다르다. 같은 기간 5대 은행 신용대출 금리 평균은 2.84%에서 3.45%로 62bp 정도 상승했다. 이 기간 준거금리가 44bp 올랐지만 가산금리는 9bp 늘었고, 우대금리는 10bp 줄었다. 주담대보다 대출 규제가 집중됐던 신용대출 금리 결정에 은행들의 재량권(가산·우대금리)이 더 많이 반영된 것이다. 마이너스 통장 등 은행권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축소한 9월과 10월의 금리를 비교해 보면 더 확연하다.

5대 은행 신용대출 금리 평균은 9월 말과 10월 말 한 달 사이 31bp 상승했다. 준거금리는 10bp 오른 반면, 나머지 상승분 21bp가 가산금리와 우대금리 조정에 따른 것이었다. 대출 규제와 은행 대출금리 인상에 상관 관계가 있다는 방증이다. 고객 체감도 비슷해 보인다. 일부 대형 시중은행은 지난해 말 특정 차주에게 3% 수준을 적용한 마이너스 통장 금리를 최근 만기연장 때 4.5%로 150bp 가량 올리기도 했다. 은행채 1년물(무보증 AAA)은 지난 16일 현재 금리가 1.625%로 1년 전(0.889%)보다 73.6bp 올랐다. 대출금리 상승폭이 준거금리 상승분의 2배를 넘는다.

금융당국은 은행과 2금융권 사이에 발생한 '금리역전'도 총량 관리의 결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상호금융 금리가 은행보다 낮아진 건 사실이지만 상호금융권의 적극적인 고신용자 대출 영업으로 이미 2월부터 이어진 현상이라는 것이다. 아주 틀린 설명은 아니지만 하반기 들어 금리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출 규제와 무관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은행과 상호금융의 신용대출 금리차는 지난 7월 0.07%에서 8월 0.23%로 확대됐고, 9월엔 0.31%까지 벌어졌다. 지난 8월 말부터 대출 중단과 제한 등이 본격화하면서 은행 대출금리 상승 속도가 빨라진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고신용자 금리 상승폭이 저신용자보다 높은 현상도 인터넷전문은행에 국한된 것으로 일반화해선 안 된다고 금융당국은 해명했다. 인터넷은행이 설립 취지대로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금리 인상폭을 달리 적용한 건 맞지만 은행권 전반의 상황으로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중은행에서도 비슷한 금리 적용 사례가 있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신용등급 1·2등급 기준 우리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 1월부터 9월 사이 49bp 오른 반면, 5·6등급은 36bp 정도 상승했다. 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1·2등급은 4bp 높아졌고, 5·6등급은 13bp 가량 금리가 떨어졌다.

은행 예대금리차 확대 여부와 이자이익 증가 배경을 두고서도 설왕설래가 오간다. 금융당국은 적어도 올 들어 3분기(1~9월)까지는 은행 예대금리차에 큰 변화가 없고, 3분기 이자이익 증가도 가계대출 잔액 자체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총량 규제가 은행의 배만 불렸다는 비판을 의식한 해명이지만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한 4분기부터 은행 이익이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도 "대출금리가 다시 급상승한 10월 예금금리 조정이 지연되면서 예대금리차가 확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은행들 역시 대출 규제로 이익이 더 늘 거라는 걸 부인하지 않는다. 이환주 KB금융 재무총괄 부사장(CFO)은 "4분기부터 자산 리프라이싱(재산정) 효과가 반영되고 가계대출 규제 등에 따른 예대마진 개선을 기대한다"며 "내년 1분기부터 본격적인 순이자마진(NIM) 확대가 가시화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전날 오후 은행 임원들과 간담회를 열어 개별은행의 대출금리 산정 및 운영 방식을 점검해 필요시 개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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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헌 기자 bborirang@mt.co.kr, 양성희 기자 yang@mt.co.kr, 김상준 기자 award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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