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왕' 에디슨이 무덤에서 눈물 흘릴지도..전세계 호령하던 129년 역사 GE의 몰락

송지유 기자 2021. 11. 20.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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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표 제조기업 '항공·헬스케어·에너지' 부문 쪼개기로.. 글로벌 금융위기에 흔들, 시장 트렌드 못 읽고 혁신 기회 놓쳐..세계 시가총액 1위→다우존스산업지수 탈락 굴욕
미국 대표 제조기업인 제네럴일렉트릭(GE)가 항공·헬스케어·에너지 등 3개 부문으로 회사를 분할한다. /사진=AFP

지난 2001년 11월 '경영의 신'으로 불리던 잭 웰치는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의 성공은 앞으로 20년 동안 후임자들이 GE를 어떻게 경영하느냐에 달렸다."

정확히 20년이 지난 2021년, GE는 사실상 기업 해체 선언을 했다. 항공·헬스케어·에너지 등 3개 부문으로 회사를 쪼갠다. 잭 웰치가 이끌던 때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전성기를 누렸던 GE가 급변하는 시장 트렌드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헤매다 끝내 뿔뿔이 흩어지는 것이다. 129년 역사를 가진 기업이 쪼개져 이름만 겨우 유지하게 됐다.

GE는 2023년 초까지 헬스케어 부문을, 2024년 초까지 에너지 부문을 각각 분리할 계획이다. 항공 부문은 지금의 GE라는 이름을 유지하며 헬스케어 부문 지분을 19.9% 소유한다. 로런스 컬프 현 GE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항공사업 부문만 이끈다.

GE는 1892년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자신의 '에디슨전기회사'와 '톰슨휴스톤전기회사'를 합병해 탄생시킨 미국 굴지의 기업이다. 전기조명기업을 모태로 두 차례 세계대전과 경제 대공황 등을 버티며 가전·제트엔진·파워터빈 등을 만드는 제조기업으로 성장했다. 1980~1990년대 전설적인 경영자 잭 웰치가 CEO를 맡으며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전설적인 경영인 잭 웰치(왼쪽)가 지난 2000년 회장직에서 물러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FP

당시 GE는 금융서비스업(GE캐피탈)에 진출하고 NBC 방송사를 인수하는 등 제조업에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2000년에는 시가총액이 6000억달러(약 714조원)까지 불어나며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경영컨설팅 업체들은 GE를 '프리미엄 복합기업'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에서도 발전설비, 항공기엔진, 산업설비, 의료기기, 플라스틱, 가전, 금융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

GE는 세계 기업들의 '경영학 교과서'였다. 100만개 제품 중 불량품을 3~4개 수준으로 낮추는 '6시그마 운동'이 대표적이다.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제조업체 중 GE의 품질혁신 경영을 따라 하지 않는 곳이 거의 없었다. 한국에서도 삼성·LG 뿐 아니라 중소기업들까지 잇따라 GE를 벤치마킹했다.

GE가 쇠락의 길로 접어든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부터다. GE캐피탈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등 그룹 몰락의 도화선이 됐다. 미국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정도로 치명타를 입었다. 2014년에는 프랑스 알스톰 전력 부문을 인수했다가 큰 손해를 봤고, 2018년에는 간병보험에서 22조원대 손실을 입었다. 전통 제조업은 애플·구글 등 디지털 기업에 밀리기 시작했다. GE는 사업 구조조정과 CEO 교체 등 재기를 도모했지만 번번이 혁신 기회를 놓쳤다.

지난 2020년 10월 프랑스 동부 벨포트에 있는 제너럴일렉트릭(GE) 공장 밖에서 직원들이 감원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AFP

2018년에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에서 퇴출되는 굴욕을 당했다. 1896년 다우지수 원년멤버로 시작한 후 100년 넘게 줄곧 자리를 지켜왔던 GE의 퇴출은 미국 경제구조의 변화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됐다. 한 때 500달러에 달했던 주가는 100달러에 겨우 턱걸이 하고 있다. 시가총액도 1098억달러(130조원)로 쪼그라들었다. 해가 지지 않을 것처럼 보이던 100년 기업이 무너지는데는 13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뿌리가 깊은데도 썩기 시작하니 금세 흔들렸다.

지난 2018년부터 경영을 맡은 컬프 CEO는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들을 단순화하는 구조조정 노력을 해왔다. 문어발식 사업확장이 회사에 부담이 됐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시장은 GE의 기업 분할 발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몸집이 가벼워진 만큼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조지프 오데아 웰스파고 애널리스트도 "분사하는데 비용이 들겠지만 사업부문별로 쪼개진 기업 3곳의 민첩함이라면 소모 비용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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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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