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방송에 빠진 아이들..'거실TV 치우기'보다 좋은 방법은 [초보엄마 잡학사전]

권한울 2021. 11. 2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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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집마다 아이들과 상의해 텔레비전 시청규칙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초보엄마 잡학사전-152] 아이들이 게임 유튜버 영상에 빠졌다. 텔레비전 채널을 돌릴 때 게임 프로그램은 그냥 지나칠 때가 많았는데, 큰아이가 일곱 살이 되면서 부쩍 관심이 늘었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아이들이 게임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텔레비전을 끄자고 하면 더 보고 싶다고 울기도 했다. 해가 점점 짧아져 놀이터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자 텔레비전 보는 시간이 더 늘었다.

만화영화에는 관대한 우리 부부였지만 게임 영상은 그렇지 않았다. 게임 영상에는 서사가 없었다. 작용과 반작용만 있어 자극적이었다. 망했다, 미쳤네, 부셔, 때려, 죽여버려 등 사용하는 언어도 과격했다. 아이들은 자극적이고 즉각적이니 게임 영상을 재밌어했지만, 그럴수록 게임 영상을 보지 않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도 커졌다. 급기야 남편은 "그 프로그램 계속 본다고 떼쓰면 텔레비전을 없애겠다"고 선언했고 큰아이가 속상한지 방에 들어가서 울었다.

나 역시 아이들이 게임 영상을 보는 게 싫지만 아이들과 협의나 상의하지 않은 채 텔레비전을 없애는 것은 일방적이고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라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것은 아니고, 아이들의 욕구나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큰 아이는 스스로 절제할 수 있는 능력도 있는데 단지 부모가 싫다는 이유로 텔레비전을 하루아침에 없앨 수는 없는 일이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집에 텔레비전이 없었다면 모를까 말이다.

남편에게 얘기했더니 바로 수긍했다. 우리 가족은 텔레비전 시청 규칙을 다시 정하기로 했다. 해가 짧아져 밖에서 노는 시간이 줄었으니 동절기에는 부모가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아이들이 텔레비전을 바로 끄기로 했다. 유치원에서 돌아와 할머니와 함께 있는 동안은 예전처럼 텔레비전을 자유롭게 보기로 했다. 10~20분가량의 게임 영상은 하루에 한 번만 보기로 했다. 두 아이가 서로 하루씩 원하는 것을 보기로 했다. 아이들은 알겠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텔레비전을 보여주는 게 좋을까, 아니면 안 보여주는 게 좋을까, 이것은 대부분의 가정에서 풀지 못한 문제일 것이다. 미국 소아과학회는 24개월 이전 아이에게는 미디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고, 만 2세 이후에는 미디어 허용 시간을 2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유아의 방에 텔레비전을 두지 않으며 부모가 미디어를 함께 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 부모를 대상으로 전화 설문을 실시한 한 연구에서는 8~16개월 영유아들의 미디어 시청 시간이 하루에 한 시간씩 증가할 때마다 어휘 점수가 17점씩 낮아지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했다.

반면 일부 연구자들은 스크린 미디어의 내용과 방법에 따라 아이의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결국 아이가 텔레비전을 보는 행위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시청 시간과 보는 프로그램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없애는 것도, 무작정 틀어주는 것도 난감한 텔레비전 시청, 집집마다 아이들과 상의해 시청 규칙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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