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수사팀 '쪼개기 회식' 논란.. 부장검사 전격 교체한 이유

방역지침 위반 논란 커지자 사실상 경질
남은 수사 집중 위해 분위기 쇄신 필요도
정용환 반부패1부 부장검사 새로 투입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모습.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의 방역수칙 위반 회식 논란이 커지자, 수사를 주도한 경제범죄형사부의 유경필 부장검사를 19일 전격 교체했다. 50여 일간 진행된 수사의 실무 책임자가 한순간에 정용환 반부패강력수사1부 부장검사에게로 넘어가면서, 사실상 경질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경필 부장검사의 전격적인 교체 배경에는 검찰 조직의 방역수칙 위반 논란에 대한 서울중앙지검 차원의 부담이 깔려 있다.

논란은 지난 4일 저녁 서울 서초구 교대역 인근 고깃집에서 수사팀 검사 16명이 회식하면서 불거졌다. 이날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핵심 민간사업자들이 구속된 당일 저녁이었다. 방역지침상 수도권에선 사적 모임 인원이 10명으로 제한되지만, 수사팀은 8명씩 두 그룹으로 나눠 식사하면서 '인원 쪼개기' 회식 논란이 일었다. 방역당국은 집합금지 인원에 맞춰 방을 나눠도 일행이면 방역수칙 위반으로 간주한다. 회식에는 당초 22명이 참석하기로 돼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전담수사팀 전체 회식이었다.

서울중앙지검 지휘부는 방역대책에 적극 협조해야 하고, 방역 관련 법령 위반 수사를 해야 할 검사들이 논란을 자초한 상황 자체를 엄중하게 인식해 부장검사 교체 카드를 꺼낸 것으로 전해졌다. 비난 여론이 커지며 수사팀이 수사에 집중하기 어려워진 측면도 고려했다. 게다가 2차, 3차 회식 의혹까지 제기돼 추가 확인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회식 이후 수사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유 부장검사를 포함한 검사와 수사관 등 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수사 동력을 살리지 못하고 윗선 수사와 정관계 로비 수사에 차질을 빚게 됐다.

검찰은 남은 수사에 집중하려면 분위기 쇄신이 필요했다. 유 부장검사 스스로도 의도치 않게 회식 논란을 초래한 데 대해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면서 교체를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회식에 참석한 나머지 검사들은 별도 조치가 내려지지 않았다.

수사팀장인 김태훈 차장검사는 회식 때 함께 식사하진 않았지만 잠시 들러 수사팀을 격려했다고 한다. 이정수 지검장은 대규모 회식 계획을 미리 보고받지 못했다가 뒤늦게 알고 화를 내면서 당분간 회식을 자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대검찰청이 법무부로부터 국무총리실 요청 사항을 전달받아 주문한 회식 관련 자체 진상 파악에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사무국 총무과에서 지난 4일 전담수사팀의 회식 참석 인원과 시간, 장소, 경위 등에 대한 구체적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파악이 완료되면 대검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총리실은 국무조정실 업무 담당자가 통상적 업무파악 차원에서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오는 22일 대장동 민간사업자 기소를 앞두고 이날 전격적으로 부장검사까지 교체되자 수사팀은 하루 종일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서울중앙지검은 회식 논란에 대해 "방역당국 조사와 후속 조치에 성실히 협조했다"면서도 "여하를 불문하고 불찰에 대해 송구하다"고 말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이날 유 부장검사 교체 뒤 "전담수사팀의 방역지침 위반 논란과 관계 없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대장동 의혹 수사에 법과 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총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부실수사 논란에 수사팀 문책이 필요하다는 야당 의원 지적에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진 않는다. 지켜봐달라"고 답한 바 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