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색이 무슨 상관? 이발소에서 나는 귀족이 되지요!
크라운
데릭 반스 글|고든 C. 제임스 그림|김은하 옮김|삼성당|32쪽|1만5000원
이 책 제목이 ‘크라운’(왕관)인 것은 평범한 흑인 소년의 자존감이 마치 왕이 된 듯 고조되는 과정을 그리기 때문이다. 그 마법이 일어나는 곳은 이발소. 어깨에 천을 두르고 앉아 소년은 주위를 둘러본다. 머리카락을 비비 꼰 남자, 옥수수 알처럼 땋은 남자, 짧은 옆머리를 파내 화려한 무늬를 새긴 남자…. 이발소는 남들과는 다른 자신을 발견하는 공간이다. “아주 작은 차이가 큰 변화를 만든다”는 점에서 머리 다듬기는 인생을 닮았다.
이제 소년이 근사하게 변신할 차례. 이발 과정을 묘사한 유화는 대담한 터치로 소년의 기대감을 세심하게 포착한다. 완벽한 머리를 하고 이발소를 나서는 소년은 이렇게 외치고 싶은 기분이다. “세상 사람들, 나 어때요?”
미국의 흑인 작가인 저자는 어려서 엄마가 목요일마다 식탁에 올려 놓았던 8달러를 들고 토니 아저씨의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깎았다고 한다. 이발소는 더 영리하고 잘생겨 보이도록 외모를 가꾸는 곳이자 어른들과 대화하며 그들의 말투와 유머, 토론 기술을 배우는 곳이었다. “교회를 제외하고 흑인 소년이 왕족처럼 행동할 수 있는 곳은 이발소가 유일하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모든 검정·갈색 피부의 소년들이 높은 자긍심과 자존감을 회복하며 특별한 존재가 되는 순간을 그려내고자 했다.”
소년과 이발사, 다른 손님들, 달라진 소년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는 거리의 사람들까지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흑인이다. 저자 역시 흑인이라는 인종적 정체성을 당당하게 강조하고 있지만 자존감은 피부색을 초월하는 보편적 주제일 것이다. 어린 시절의 저자가 이발소에서 그랬듯 누구에게나 자존감을 지키고 회복할 자리가 필요하다. 책의 부제(副題)처럼 ‘내가 최고가 되는 순간’은 언제인지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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