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45] I’m ready now

황석희 영화 번역가 2021. 11. 2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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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제 준비됐다

가웨인(데브 파텔 분)은 아서 왕(숀 해리스 분)의 조카라는 이유로 원탁에 앉지만 나란히 앉은 다른 기사들처럼 멋지고 웅대한 모험담이 없어 늘 의기소침한 청년이다. 평소처럼 원탁에 앉아 크리스마스 축하연을 즐기던 중 온몸이 푸른 나무로 된 녹색의 기사(랠프 이네슨 분)가 왕궁에 난입해 왕에게 뜻밖의 내기를 제안한다. 누구든 자신의 목을 먼저 내리치되 1년 후 자신에게 찾아와 똑같이 목을 내밀어야 한다는 내기다. 모두가 망설이는 순간, 가웨인은 드디어 자신을 증명할 기회를 포착하고 내기에 나선다. 아서 왕 전설을 기초로 한 소설 ‘가웨인 경과 녹색 기사’ 이야기를 영화화한 ‘그린 나이트(The Green Knight∙2021)’의 한 장면이다.

영화 '그린 나이트'

녹색 기사가 목이 잘리고도 가웨인을 비웃으며 성을 나간 후, 가웨인은 1년을 갈등하며 두려움에 떤다. 하지만 남 부럽지 않은 영웅담을 쌓아 어엿한 기사가 될 기회라고 판단하고 녹색 기사의 예배당으로 향한다. 가웨인은 예배당으로 향하는 여정에서 여러 가지 시험에 직면하고 또 겪어내며 천천히 자신의 두려움을 다스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모험 도중 기력이 다해 간신히 찾아간 버틸락 경(조엘 에저턴 분)의 집에서는 버틸락이 제안한 묘한 제안, 그날 서로가 얻은 것은 서로에게 줘야 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버틸락 부인(알리시아 비칸데르 분)과 정사를 나눈다. 나약한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느끼는 가웨인.

쫓기듯 도망나온 가웨인은 어머니가 준 녹색 허리끈을 꼭 쥐고 녹색 기사의 예배당으로 향한다. 녹색 허리끈만 차고 있으면 그 어떤 위험도 가웨인에게 해를 끼칠 수 없다. 녹색 기사가 가웨인의 용기를 칭찬하며 목을 내리치려는 순간, 가웨인은 겁을 먹고 도망친다. 하지만 비겁하게 살아 돌아간 자신의 미래가 눈앞에 주마등처럼 펼쳐지자 이내 부적 허리끈을 풀고 목을 내어놓으며 차분한 얼굴로 말한다. “난 이제 준비됐다(I’m ready now).” 드디어 완벽한 준비가 끝났다. 녹색 기사가 말한다. “잘했다, 용감한 기사여(Well done, my brave 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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