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팔려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진중언 기자 2021. 11. 2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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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수급지수 7개월만에 100 아래로
대출 어려워지고 금리 오르자 '집 사놓고 보자'는 심리 줄어
부산·대구·대전·광주·울산도 1년1개월만에 매도세가 우위로

서울에서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4월 첫 주 이후 7개월여 만이다. 지방 광역시(부산·대구·대전·광주·울산)에서는 1년 1개월 만에 매도세가 매수 수요를 추월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와 시중금리 인상으로 자금 마련이 어려워지고, 수년간 지속한 집값 상승에 따른 피로감이 더해져 아파트를 사들이려는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돈줄 옥죄기’에 매수자들 위축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일주일 전(100.9)보다 1.3포인트 낮은 99.6을 기록했다. 서울에서 부동산원 매매수급지수가 100 이하로 내려간 것은 지난 4월 5일(96.1) 이후 처음이다. 지방 5대 광역시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99.8로 작년 10월 12일(97.2)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대상 설문조사와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아파트 수요-공급 비율을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100을 기준으로 지수가 0에 가까울수록 아파트를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고,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우세하다는 뜻이다.

서울은 용산·종로·중구가 있는 도심권(103.5)을 제외하고 나머지 4개 권역(동북·서북·동남·서남권)에서 모두 지수가 100 이하로 내렸다. 아파트값이 가장 비싼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은 지난주 101.5에서 99.5로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00.8로 작년 11월 11일(100.4)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세시장에서도 새로 전셋집을 구하는 사람이 줄면서 수급 상황이 개선된 것이다.

서울과 지방 대도시 아파트 시장의 분위기가 매도 우위로 돌아선 주요 원인은 정부의 강도 높은 ‘돈줄 옥죄기’와 대출 금리 인상이 꼽힌다. 현재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 후반에서 5% 초·중반까지 치솟았고, 전세자금 대출 금리도 3∼4% 수준으로 올랐다. 여기에 오는 25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대출을 활용해 집을 사거나 전셋집을 옮기려는 수요자 중 상당수가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매도세가 우위를 점한 것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지점장은 “당장 서울 아파트값이 급격히 내릴 가능성은 작지만, 지역별 상황에 따라 상승 폭이 줄거나 하락 압력이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거래 끊기고 매물 쌓여

서울 아파트 시장의 달라진 분위기는 거래량 급감과 매물 증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1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5796건이었지만, 9월(2699건)과 10월(2114건)엔 2000건대로 줄었다. 11월엔 거래량이 더 줄어 19일까지 신고된 아파트 매매거래가 216건뿐이다. 양천구(6건), 서초구(5건), 용산구(5건), 마포구(3건), 성동구(1건) 같은 인기 주거지에서도 ‘거래 절벽’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 집계에 따르면, 19일 서울 아파트 매물은 4만4687건으로 두 달 전(3만8831건)보다 15% 늘었다. 같은 기간 아파트 전세매물은 31%(2만3273건3만573건) 증가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대출이 어려워지고, 금리가 오르면서 ‘집을 사놓고 보자’는 심리가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면서 “정부가 대출 규제로 수요만 억누를 것이 아니라 단기간 아파트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묘수를 찾아야 집값 안정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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