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일상으로의 초대
“십 대나 이십 대의 해외여행과 중년 이후의 해외여행. 확실히 다르다고 느낀다. 여행에서 체험한 일을 토대로 미래를 설계하거나, 여행이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고 기대하는 일은 갈수록 드물어진다. 물론 지금은 지금대로 즐겁지만, 뭔가를 잃어버리는 것은 역시 쓸쓸하다.”
일본 만화가 마스다 미리 에세이 ‘생각하고 싶어서 떠난 핀란드 여행’(이봄)에서 읽었습니다. 저자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핀란드로 떠나 ‘나 홀로 여행’을 하는데요. 장소는 같지만, 여행의 빛깔은 매번 달랐답니다. 계절이 다르고 가게마다 내놓는 시나몬 롤의 맛이 다르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예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으니까요.
“이국의 거리를 차창 너머로 내다보는 일은 즐겁다. 또 다른 나를 뚜벅뚜벅 걷게 해, 느낌 좋은 레스토랑의 문을 밀게 한다. 그곳에서, 나는 누구와 만날 약속을 했을까? 안녕. 있을 리 없는 자신과 작별하고 나니 갑자기 울고 싶어졌다.”
여행을 마치고 헬싱키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의 소회를 저자는 이렇게 적습니다. 차를 타고 이국의 거리를 지나치는 일도, 짐을 꾸려 공항으로 향하며 여행이 끝났다는 아쉬움과 집으로 돌아간다는 반가움이 엇갈리는 경험을 하는 일도, 지난 2년간 참 드물었지요.
그렇지만 인간은 어디에서건 희망을 찾아냅니다. 여행으로 밥벌이하는 여행작가조차도요. 도보여행가 김남희는 ‘여행하지 않는 시대의 여행작가’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코로나 이후의 삶을 기록한 ‘호의는 거절하지 않습니다’(문학동네)에서 말합니다. “어쩌면 일상을 여행해볼 수 있는 유일한 시대가 지금인지도 모른다. 일상조차 낯설어졌으니.”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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