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미술소환] 즐거움의 불확정성
[경향신문]
런던 지하철은 2000년부터 “일상의 공간을 새롭게 상상하고 도시를 경험하는 다른 방식을 제시해 승객의 여정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취지로, 현대미술 작품을 지하철 역사에 설치하는 ‘아트 온 더 언더그라운드’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2020년, 런던 서드베리 타운 지하철역을 대상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루시 매켄지는 지하철 박물관을 비롯하여 교통수단 기록보관소의 자료들을 연구했다. 그는 다양한 자료들 가운데 광고나 안내판에서 사진이 아직 일러스트를 대체하기 전이던 1930년대에, 디자이너들이 광고, 지도, 안내판의 내용을 선택하고 디자인했던 방식이 흥미로웠다. 헤리 페리는 지도 안에 ‘여기는 정말 좋은 펍’ ‘여기는 매우 멋진 폐허’처럼 매우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내용을 적어 넣기도 했다. 매켄지는 사적 견해를 공공의 지도에 기록하는 작가의 선택을 보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공공성의 개념을 돌아볼 수 있었다.
1929년 페리가 디자인한 지하철역과 그 주변에 대한 지도 시리즈는 작가의 작업에 중요한 가이드가 되었다. 매켄지는 페리가 그림 지도에서 도로명을 표기하고, 역 주변 지역 정보를 기록한 방식, 도로, 건물, 공원 등을 그려 넣은 서체, 색깔, 디자인을 차용하여 지하철역 대기실의 천장화를 제작했다. 이 작품을 ‘즐거움의 불확정성’이라고 명명한 작가는 천장의 조명을 비롯한 기물들을 그대로 천장화 안에 반영하였고, 구글 지도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서드베리 타운 일대의 랜드마크, 지형뿐 아니라, 과거에는 있었으나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장소도 포함시켰다.
목적지로 떠나기 전 잠시 머무는 대기실에서, 승객들은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얽혀 있는 천장화와 함께 미지의 행선지를 상상한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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