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명의 풍요와 파괴를 좌우한 '화학의 두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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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세계인의 식탁에서 쉽게 접하는 감자는 한때 기르기 어려운 작물에 속했다.
감자가 해충에 취약한 탓에 대량으로 재배하거나 유통하는 것이 어려웠다.
화학물질이 작물 재배에 쓰이는 것은 물론 각종 바이러스나 세균으로부터 인간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류가 누리는 현재가 미래세대에게 빌려온 것임을 강조하며 화학물질의 이로움에 젖어 경각심을 잊지 않도록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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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세계인의 식탁에서 쉽게 접하는 감자는 한때 기르기 어려운 작물에 속했다. 감자가 해충에 취약한 탓에 대량으로 재배하거나 유통하는 것이 어려웠다. 감자를 처음 기르기 시작한 고대 안데스에서는 8000여년에 걸친 개량을 거쳐 다양한 종의 감자를 재배했다. 진화를 거듭한 감자는 제국주의시대를 거치며 북미대륙과 유럽으로 전파됐다.
하지만 감자의 세계화는 순탄치 않았다. 북미를 거쳐 유럽에 진출한 감자는 현지 밭에 수생균을 퍼뜨리며 재배에 실패했다. 이런 감자가 유럽 땅에 뿌리내린 것은 항진규제인 ‘보르도 소독액’ 덕분이다. 포도의 노균병 치료제로 개발된 황산구리와 생석회를 물에 녹여 만든 농약으로, 감자의 해충 문제를 해결했다. 오늘날 감자튀김이나 감자칩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보르도 소독액 덕분인 셈이다.
친환경에 대한 관심과 함께 화학물질이 첨가되지 않은 식품이나 물건이 인간과 환경에 이롭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하지만 화학물질이 없는 일상은 쉽게 생각할 수 없다. 화학물질이 작물 재배에 쓰이는 것은 물론 각종 바이러스나 세균으로부터 인간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사실상 인류 진화의 역사가 화학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신간 ‘화려한 화학의 시대’는 이런 화학물질의 역사를 짚어보는 책이다.
인류 역사가 급격한 진전을 이룬 때는 전쟁이다. 화학의 역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전쟁에서 화학무기가 처음 쓰인 것은 기원전 4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파르타는 아테네와의 전쟁에서 불과 가스를 사용해 델리움 요새를 차지했다. 1000년이 지난 뒤에는 ‘그리스불’로 불리는 화염분사기가 동원됐다. 식물성 수지와 황, 나프타 등이 쓰인 이 장치는 엄청난 불꽃을 뿜어냈다.
화학물질의 상당한 위력으로 제아무리 전쟁이라도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 남북전쟁에서는 양쪽 진영 모두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것에 찬반여론이 나타났고, 1899년 헤이그회의에선 미국 대표단이 화학물질 제한조치에 동의했다.
화학물질은 인류 발전에 기여한 듯 보이지만, 이는 결국 생태계에 영향을 끼치고 순환되어 인간에게 돌아왔다. 살충제인 DDT는 병충해 피해를 막는 데 도움을 주지만, 곤충들의 내성이 강해지면서 더 강한 성분의 살충제를 개발해야 했다. 더 나아가 DDT 성분은 야생에 축적되며 생태계와 먹이사슬을 훼손했고, 이는 결국 인간에게 돌아왔다. 저자는 인류가 누리는 현재가 미래세대에게 빌려온 것임을 강조하며 화학물질의 이로움에 젖어 경각심을 잊지 않도록 경고한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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