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 때문에 친구를 잃어버렸어요 [책과 삶]
[경향신문]
내 친구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
제프 구델 지음·박중서 옮김
북하우스 | 472쪽 | 1만7500원
“가끔, 연애를 시작하며 친구들과 소원해지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나는 그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비록 친구를 잃어버렸을지는 몰라도, 인생에서 가장 크고 가치 있는 것, 즉 사랑을 얻었다 할 수 있으니까. 반면, 나는 돌멩이 때문에 친구를 잃었다.”
노르웨이의 코미디언 아레 칼뵈는 산에게 친구들을 뺏겼다. 매일 펍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그의 친구들이 이제는 산으로 떠난다. 위트가 넘치는 신선한 개그를 구사하던 친구들이 이제는 페이스북에 눈으로 덮인 산 사진을 올리며 “눈 위에서 맞는 행복한 아침”과 같은 진부한 말을 덧붙인다. 칼뵈는 한탄한다. 왜 자연 때문에 수많은 친구를 잃어버려야 하는가.
칼뵈에 따르면 그의 페이스북 친구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한번 이상 산 사진을 올렸다. 노르웨이인의 80%가량은 지난 1년 동안 한번 이상 등산을 하거나 숲에서 하이킹을 했다. 그런데 칼뵈는 산도 숲도 싫다. 지난 30년 동안 등산을 한번도 한 적이 없다. <내 친구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는 그런 그가 친구들을 이해하고자 등산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시작부터 벽에 부딪힌다. 등산용품을 사러갔는데, 좀처럼 농담을 모르는 점원이 하나도 멋지지 않은 장비들을 소개한다. 결국 어울리지 않는 녹색 점퍼를 구입한 그는 요툰헤이멘산맥과 하르당에르고원을 오른다. 그리고 몇 가지 깨달음을 얻는다. 사람들은 자연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유머나 농담과는 거리가 멀어진다거나 산이나 숲에서 만난 사람들이 “금방 도착한다”거나 “멀지 않다”고 말한다고 곧이 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는 등의. 그는 모두가 감탄하는 명산을 오르면서 혼자 불만을 토로한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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