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으로 느낀다, 사계절 꽃들
[경향신문]
두 손으로 바람을 일으키자 민들레 씨앗이 방 안 가득 퍼진다. 거대한 벚나무 가지에 빔을 쏘자 흐드러진 벚꽃이 흩날리듯 떨어진다. 코로나19로 만끽하지 못했던 우리들의 시간을 보상이라도 하듯 사계절의 꽃들이 우리를 반긴다. 서울 마포구 AK&홍대 전시장 ‘플라워 바이 네이키드’의 풍경이다.
현대사회의 삭막함을 다채로운 꽃으로 채운 이 전시는 도심에서는 보기 드물게 300여평의 공간에 대규모로 기획됐다.
총 8개 존으로 구성됐으며 꽃의 탄생과 소멸의 순환 과정, 각각의 꽃이 지닌 고유한 색을 미디어아트로 표현해 생동감 넘치는 느낌을 관람객에게 전달한다. 전담 플로리스트가 함께하고 있으며, ‘살아 숨쉬는 비밀의 화원’을 테마로 한 만큼 관람객의 행동에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들도 배치돼 있다.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첫 번째 존은 ‘빅 북(Big Book)’을 콘셉트로 했다. 얼음이 녹고 꽃이 피어나는 겨울의 끝과 봄의 시작을 대형 책으로 보여준다. 화려한 수국과 눈발이 어우러져 다가올 봄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이어지는 공간은 ‘칠(Chill)’이다. 직역하면 냉기, 오한이라는 뜻이지만 그 너머의 따스함을 전한다. 떨어지는 꽃잎과 함께 지친 마음을 떨쳐내고, 새롭게 피어나는 꽃을 통해 희망을 품어가자는 의미를 담았다. 네 칸으로 분할된 화면 위에는 실제 나뭇가지를 활용한 설치미술이 더해졌다.
대형 민들레가 꽃잎을 흩날리는 두번째 공간의 이름은 ‘단델리온(Dandelion)’이다. 모형으로 만들어진 민들레꽃에 입김을 불어넣으면, 센서에 반응한 씨앗 이미지가 공간을 채운다. 씨앗은 이내 꽃잎이 되어 자연의 순환을 보여준다.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필수인 만큼 손바람, 박수에도 반응하도록 했다. 지상낙원을 형상화한 ‘글로윙 가든(Glowing Garden)’은 사방으로 배치된 거울 위에 미디어아트 콘텐츠가 접목된 방이다.
특히 중앙에 위치한 회전하는 거울은 태양빛으로 물든 들녘에 나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모든 공간이 매력적이지만 전시의 클라이맥스는 ‘체리 블로섬 가든(Cherry Blossom Garden)’이다. 공간 중앙에 위치한 대형 벚꽃 조형물은 1만5000장이 넘는 방염 종이로 만들어졌다. 또 다채로운 인터랙티브 기술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어 오감으로 미디어아트를 체험할 수 있다.
벽면에 손을 대면 꽃잎이 모이면서 꽃이 되고, 바닥을 걸어가면 발자국을 따라 꽃잎이 퍼지며 나비가 발자국을 따라오는 식이다. ‘인증’에 익숙한 MZ세대의 취향을 겨냥한 포토존도 눈길을 끈다.
전시를 기획한 이상현 네이처랩스 대표는 “꽃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와 변화를 지속하며 성장해 나가는 생명의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픈런으로 진행 중이며 관람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올댓아트 김지윤 에디터 ju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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