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과 통합 첫 수능.. 점수 예측 더 어려워졌다
선택 과목 따라 표준점수 큰 차이
같은 원점수, 격차 10점씩 나기도
결과 나올 때까지 진학지도 '스톱'
첫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진 2022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두고 19일 수험생 300만명이 가입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확률과 통계’ 64점이면 3등급 가능한가요” “‘화법과 작문’ 77점으로 2등급 가능할까요” 같은 질문 글이 쏟아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등급 컷을 궁금해하는 질문은 탐구 영역에서만 많았는데, 올해부터 국어와 수학에도 선택 과목이 생기면서 불확실성이 커지자 불안감을 호소한 것이다. 정승모 전북대사대부고 교사는 “첫 문·이과 통합 수능이라 선택 과목에 따른 점수 예측이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며 “더구나 선택 과목별 점수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조차 알 수 없어 학생들이 더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했다.
◇‘역대급 불수능’ 되나
19일 입시 업체들은 학생들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국어·수학 등급 커트라인을 공개했다. 그 결과 원점수(100점 만점) 기준 1등급(상위 4%) 커트라인이 작년 수능보다 일제히 하락했다. 국어의 경우, ‘화법과 작문’을 선택한 학생의 1등급 커트라인은 83~85점, ‘언어와 매체’는 82~83점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수능 국어 1등급 커트라인(88점)보다 3~6점 하락한 것이다. 수학도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학생의 1등급 커트라인은 85~87점, ‘미적분’은 81~84점, ‘기하’는 83~85점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수능 수학 1등급 커트라인(문·이과 모두 92점)보다 5~11점 떨어졌다.
학교와 입시 업계에서는 “코로나로 학력 저하 현상이 벌어져 수험생들에게 체감상 ‘역대급 불수능’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10년간 가장 어려웠던 수능 국어·수학 1등급 커트라인은 84점이었다.
서울 주요 대학의 합격선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성학원·종로학원이 서울 10개 대학의 학과별 정시 합격 예상선을 추정한 결과, 국어·수학·탐구 원점수(300점 만점) 기준으로 서울대 경영 283~286점, 서울대 의예 290~291점, 연세대 경영 273~280점, 고려대 경영 273~280점, 성균관대 의예 287~289점, 성균관대 사회과학 257~258점 등으로, 지난해보다 3~27점 떨어졌다. 인문계열의 점수 하락 폭은 자연계보다 더 컸다.
◇성적표 나올 때까지 진로 지도 ‘혼란’
학교 현장에서는 올해 국어와 수학에 선택 과목이 처음 도입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택 과목이 대폭 확대돼 실제 학생들 성적표에 찍힐 ‘표준점수’ 예측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표준점수는 선택 과목 간 유불리 문제를 보정하기 위해 도입된 점수 체제로, 통상 시험이 어려우면 올라가고 시험이 쉬우면 내려간다. 수험생이 어떤 선택 과목을 택하느냐에 따라 점수가 크게 달라진다. 이날 입시 기관들이 추정한 표준점수도 들쭉날쭉했다. 국어 ‘언어와 매체’ 표준점수 최고점(원점수 100점 만점)은 146~154점, ‘화법과 작문’은 143~147점이었고, 수학은 ‘확률과 통계’는 142~148점, ‘미적분’ 144~152점, ‘기하’ 143~151점이었다. 똑같은 100점인데 성적표에 찍히는 점수가 최대 11점 차이가 난다는 뜻이다.
그런데 수험생들은 자신의 표준점수를 확인하려면 약 3주를 더 기다려야 한다. 다음 달 10일 배부되는 수능 성적표에 표준점수가 기재되기 때문이다. 이에 교사들은 “올해 진로·진학 지도는 사실상 ‘올스톱’됐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수능 직후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표준점수를 예측해 수능 직후 실시되는 대학별 수시 논술고사나 면접고사에 갈지 결정했는데, 올해는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는 “수능 이후 본격적인 진로·진학 지도를 시작하는데 첫 문·이과 통합 수능에 대한 아무런 통계나 자료, 정보가 없어 면밀한 지도나 조언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김종우 서울 한성과학고 교사도 “표준점수 1점 차이는 대학 입시에서 엄청난 차이인데, 앞으로 입시 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이런 혼란은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국어·수학 선택 과목을 도입하면서 정작 과목별 점수는 비공개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 초부터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이 효과적인 입시 전략을 짤 수 있게 국어·수학 선택 과목별 점수를 공개해달라”고 꾸준히 요구해왔지만, 평가원은 “수험생들이 특정 과목에 쏠릴 수 있다”는 이유로 외면했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험생들이 어느 때보다 예측 불가능한 입시를 치르게 됐다”며 “평가원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사교육에 의존하는 수요만 커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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