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향한 미친 사랑..네온으로 빛난다

롯데百 창립 42주년 '예술과 욕망' 展
英 대표작가 트레이시 에민
길거리 예술가 미스터 두들
스타들 작품 한자리에 펼쳐

남산서울타워 아래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7명이 나란히 서 있고, 휘날리는 태극기 아래에 싸이가 춤추는 모습이 보인다. 멀리서 보면 거대한 QR코드 혹은 손가락 지문 같다.

2018년 국내 대규모 전시로 팬층이 두꺼운 1994년생 작가 미스터 두들(샘 콕스)이 국내 방송국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린 대작 'MLT Live'(2019년)이다.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마음 내키는 대로 그림을 그려가는 작업 방식으로 유명한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폴로어만 278만명에 달하는 인플루언서 작가다. 그 뒤를 이어 펠리페 판토네(40만명), 샨텔 마틴과 댑스 밀라(20만명), 앙드레 사라이바(16만명) 등이 전 세계 미술 애호가들과 실시간으로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창립 42주년을 맞아 잠실 롯데 에비뉴엘 아트홀에서 당대 인기가 뜨거운 길거리 예술작가들을 한자리에 모은 'Art&Desire(예술과 욕망)' 전시를 12월 26일까지 개최한다. SNS에서 자주 접했을 법한 작가들 원화를 직접 보고 구매할 수도 있는 기회다.

이번 전시 제목은 영국 현대 미술 yBa(young British artists) 대표 작가 중 한 명인 트레이시 에민의 동명 작품에서 따왔다. 2007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소개됐던 네온 시리즈가 심사위원장상을 받아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9년 스페인 아트 프로젝트 이비사에 대표 작품으로 나왔던 'An Insane Desire For You(당신을 향한 미친 욕망·사진)'을 선보였다. 뉴욕시 그라피티 그룹 'The Soul Artists' 창립 멤버이자 키스 해링·장 미셸 바스키아와 나란히 전시했던 미국 작가 에릭 헤이즈 작품을 만날 수 있고, 팝아트 대표주자 무라카미 다카시의 '미스터 도브(DOB)' 캐릭터 조각과 판화들도 나왔다.

재치 있는 영국 팝 아티스트 데이비드 슈리글리는 '반려 조각' 개념을 내세운 '뱀'(2019년)이라는 작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슈리글리는 엄숙한 런던 트래펄가 광장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선정돼 2016~2018년 엄지손가락을 쳐든 'Really Good(진짜 좋은)'이란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인 판토네는 QR코드를 떠올리게 하거나 디지털 스크린을 보는 것 같은 착시효과를 주는 작품들로 유명 도시 곳곳에 벽화를 그렸을 뿐 아니라 삼성전자 등 다양한 명품 브랜드와 협업이 활발하다.

프랑스 작가 사라이바는 한쪽 눈은 동그라미, 다른 쪽 눈은 엑스(X)를 표시하는 핑크 캐릭터로 유명하고, 로스앤젤레스(LA) 기반으로 활동하는 댑스밀라는 부부 듀오 작가로 애니메이션 황금기 화려한 색깔로 오래된 공장 외벽, 물탱크 등에 옷을 입혀 긍정적 에너지를 확산하고 있다.

마틴은 음악을 들으면서 의식의 흐름에 따라 선을 긋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영국 가정에서 흑인 여성, 동성애자로 성장하며 정체성을 탐구하며 '행맨'이란 캐릭터를 만들었다. 브루클린 출신 작가그룹인 페일(Faile)은 폐허가 된 역사적 명소나 도시의 발전과 성공 이면의 어두움을 표현해 유명세를 떨쳤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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