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中 패권 갈등의 파장은 반도체에 그치지 않는다

2021. 11. 1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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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중국 장쑤성 우시 반도체공장이 미국 정부의 반대로 필수 장비를 들여오지 못해 공정 업그레이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8일 보도했다.

중국이 이 장비를 군사력 증대에 악용할 수 있다는 게 미국의 반입 제한 이유다.

현재로선 "중국 내에서 EUV 장비를 활용한 반도체 생산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게 미국 정부의 의중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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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중국 장쑤성 우시 반도체공장이 미국 정부의 반대로 필수 장비를 들여오지 못해 공정 업그레이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8일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갈등의 불똥이 주변국으로 튀는 게 현실화되는 셈이다.

문제가 되는 건 네덜란드 ASML이 독점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다. 반도체에 미세회로 패턴을 새겨넣어 성능과 생산성을 동시에 높이는 공정 효율화에 필수적인 장비다. 중국이 이 장비를 군사력 증대에 악용할 수 있다는 게 미국의 반입 제한 이유다. 네덜란드는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이어서 독자적인 행동을 하지 못한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 공장에 EUV를 투입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니 문제없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EUV는 이천공장에도 지난 2월에 설치됐을 정도로 첨단 장비다. 아직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노력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현재로선 “중국 내에서 EUV 장비를 활용한 반도체 생산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게 미국 정부의 의중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EUV보다 한 단계 낮은 심자외선 노광장비(DUV)의 공급까지 제한하려 할 만큼 반도체 패권에 집착하는 미국이다. 심지어 자국 기업인 인텔의 중국 칭다오 실리콘 웨이퍼 생산공장의 시설 확대 투자까지 철회하도록 만들 정도다. 미국에 반도체공장 설립을 요구하는 것부터 중국 투자 제한까지 모든 것이 하나의 연결고리로 돌아가는 상황이다.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 시장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 현지 생산 확대는 불가피하다. 자칫 기술 개발과 투자에 소홀하면 1990년대 일본처럼 경쟁력을 잃는다. 그런데 미국의 압력에서 벗어나기도 어렵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불똥이 반도체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이미 미국은 중국에 넘겨주지 말아야 할 핵심 기술들을 다양한 경로로 공언하고 있다. 자국은 물론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우방국의 선진 기술까지 통제하겠다는 의지다. 인공지능(AI) 바이오 퀀텀(양자) 배터리 등 미래를 선도할 주요 산업 대부분이 여기에 포함된다. 반도체는 그중 하나일 뿐이란 얘기다.

결국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파장은 기업 개별적으로 대응할 일이 아니다. 그렇게 극복될 수도 없다. 국가 차원에서 국익을 지키는 일로 받아들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줄타기 외교’나 ‘전략적 모호함’으로 버텨나가는 데엔 한계가 있다. 기업들이 기술 우위를 확보하고 지켜나가도록 지원하는 게 현재로선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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