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첫눈은 내 혀에 내려앉아라/신미나

2021. 11. 19.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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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다니며 눈을 혀로 받아먹던 시절 동무들 함께 혀를 내밀고 달렸지요.

꼬리가 긴 연을 만들며 "첫눈이 오면 날릴 거야"라고 말했습니다.

첫눈 오는 날 연을 날릴 생각을 왜 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눈은 하늘 높은 곳 우리가 알 수 없는 신비한 세상에서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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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은 내 혀에 내려앉아라/신미나

오늘은 날이 좋다 좋은 날이야 손을 꼭 잡고 베개를 사러 가자 원앙이나 수壽자를 색실로 수놓은 것을 살 수 있겠지

이것은 흐뭇한 꿈의 모양, 어쩐지 슬프고 다정한 미래

양쪽 옆구리에 베개를 끼고 걸으면, 열두 폭의 치마를 환하게 펼쳐서 밤을 줍는 꿈을 꾸겠네

목화꽃 송이, 송이 세 송이 콧등을 스치며 높은 곳에서 하나씩 떨어지는 모양을 바라보아도 좋겠네

너와 나, 꿈길의 먼 이부자리까지 솜을 틀자 이불이 짧아 드러난 발목을 다 덮지 못해도

꿈속에서는 미래의 지붕까지 덮고도 남겠지

오늘은 날이 좋다 좋은 날이야 철 지난 이불은 개켜 두고

일단 종로로 가자

종로에 가서 베개를 사자

뛰어다니며 눈을 혀로 받아먹던 시절 동무들 함께 혀를 내밀고 달렸지요. 보리개떡도 먹기 힘든 시절 무슨 좋은 일이라고 그리 뛰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꼬리가 긴 연을 만들며 “첫눈이 오면 날릴 거야”라고 말했습니다. 첫눈 오는 날 연을 날릴 생각을 왜 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눈은 하늘 높은 곳 우리가 알 수 없는 신비한 세상에서 내립니다. 갈 수 없는 그곳을 내가 만든 연이 꼬리를 팔랑팔랑 흔들며 오를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시인은 첫눈 오는 날 종로에 가서 베개를 사자는군요. 그래요, 당신도 나도 햇솜 보송보송한 꿈 베개를 하나씩 사요. 그 베개를 베고 어릴 적 우리가 꿈꾼 그 세상으로 날아가요.

곽재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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