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그늘] 다큐멘터리 사진가
[경향신문]
쿠바를 말할 때마다 낭만적이게도 불운의 혁명가 체 게바라와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을 떠올린다. 영화에 나오는 아프리카풍의 타악기와 노장들의 블루지한 음악이 주는 감동은 오랫동안 우리 가슴속에 남아 있다. 쿠바는 스페인의 식민지배, 공산주의 혁명과 내전, 미국의 봉쇄와 적대정책, 부패한 관료들로 인한 빈부격차가 뒤섞여 얼룩져 있는 나라다. 지금도 미국과의 관계는 탈출구가 보이지 않고 국민들은 나라를 등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압박으로 인한 고통 속에서도 주권을 지켜가면서 인종주의 철폐, 여성해방, 문맹추방 등 문화 수준에서 앞선 지향점을 가진 국민들이기에 이 나라가 안전하게 유지되기를 바란다.
세계 독립운동 유적지를 찾아다니는 김동우 작가는 일제강점기 쿠바 사탕수수 농장에 실려와 피땀을 흘려가며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한인 타운의 흔적을 찾아간다. 마탄사스 엘볼로 마을, 1932년 독립운동가 임천택이 학교를 세워 청년들에게 애국심을 심어주던 곳에는 2005년 미국 시애틀 한인연합장로교회가 후원한 작은 기념비 하나가 간신히 세워져 있었다. 시가지를 벗어나 무기력하게 방치된 마을에는 한인들도 뿔뿔이 흩어져 갔고, 가난한 현지인들만이 살고 있었다. 한국인의 흔적을 찾아 왔노라고 했더니 주인은 거부감 없이 문을 열어주었다. 그러나 ‘그 흔적’은 너무도 가난하고 남루한 것들이어서 눈을 둘 만한 곳이 없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누가 살던가요?” 하고 후대 사람들이 물어볼 것 같아서 사진 한 장 찍기를 권유했다. 주인은 담담한 표정으로 이방인의 카메라를 주시하고 있다.
김지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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