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모의창의적글쓰기] 글을 통한 발견

- 2021. 11. 18.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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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인 오든은 "언어는 생각의 시녀가 아니라 어머니이다"라는 말을 했다.

언어가 생각을 옮기는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언어가 생각을 창조해 낸다고 말한 것이다.

그것보다 오든이나 포스터의 말에는 언어 표현 속에서 생각의 '발견'이 있다는 관점이 담겨 있는데 이를 주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런 것을 보면 글을 통한 '발견'은 번갯불에 번쩍이는 영감을 얻는 일이 아니라 글 속에서 서서히 숙성하던 '내 모습'을 찾아가는 일이라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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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인 오든은 “언어는 생각의 시녀가 아니라 어머니이다”라는 말을 했다. 언어가 생각을 옮기는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언어가 생각을 창조해 낸다고 말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말을 한 사람은 또 있다. 영국 소설가 E M 포스터는 “내가 말한 것을 보기 전까지는 내가 가진 생각을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언어로 직접 표현하지 않으면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한 것이다.

생각이 먼저인지, 언어가 먼저인지를 묻는 일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를 묻는 것과 같아 부질없는 일 같이 보인다. 그것보다 오든이나 포스터의 말에는 언어 표현 속에서 생각의 ‘발견’이 있다는 관점이 담겨 있는데 이를 주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글을 쓰는 일을 의사소통의 과정으로 보기보다 생각을 창조하는 ‘발견의 과정’으로 본 것이다. 이렇게 보면 글을 쓰는 일은 내 생각을 옮기는 일이 아니라 내 생각을 찾아가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인터넷을 보니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하루에 세 줄 일기를 써볼 것을 권유하는 글이 있었다. 세 줄 일기는 짧은 글이지만 이런 글이 모이면 자신에 관한 자료들의 ‘창고’가 된다. 이 창고에는 좋았던 일, 힘들었던 일, 부끄러운 일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이는 추상적으로 알고 있던 ‘나’에 관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모든 글은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경험을 표현하지 않으면 그 의미를 알아낼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글을 써보면 자신의 삶에서 느끼지 못했던 내면의 의미가 슬금슬금 밖으로 나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작가로서의 출발은 그 지점을 포착해 내는 것이다.

캐나다 출신의 노벨상 작가 앨리스 먼로는 아무 내용이나 마구 써댄, 서툴기 짝이 없는 글들로 가득 찬 공책들이 자기 창작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그 공책의 내용은 너무 엉터리 같아서 이런 글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좌절하곤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 공책의 경험들이 그녀로 하여금 뛰어난 단편소설의 작가가 되게 했다. 그녀는 자신이 글을 술술 써내려가는 엄청난 재능을 가진 작가가 아니라 자신이 쓰고자 하는 것을 찾지 못해 잘못된 길을 갔다가 매번 되돌아오는, 그런 작가라고 말했다. 이런 것을 보면 글을 통한 ‘발견’은 번갯불에 번쩍이는 영감을 얻는 일이 아니라 글 속에서 서서히 숙성하던 ‘내 모습’을 찾아가는 일이라 말할 수 있다.

정희모 연세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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