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아동이 본 미디어①]잘못된 언어 사용은 어린이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이도연(농소초 5학년) 굿네이버스 미디어 아동 자문단 기자 2021. 11. 18.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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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NGO 굿네이버스는 아동에게 안전한 미디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미디어 어린이보호구역’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아동이 직접 미디어 속 아동권리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정책을 제언할 수 있도록 ‘미디어 아동 자문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잼민이? 잼민이가 무슨 뜻이니?”

즐거운 토요일 저녁시간 가족들과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한 장면에서 ‘잼민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엄마는 무슨 뜻인지 궁금한지 나에게 물어보셨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어린이를 ‘잼민이’라고 부른다고 답해드렸다. 그러자 엄마는 왜 어린이를 그렇게 부르냐고 물어보셨지만 나는 우물쭈물 답을 하지 못했다.

“그럼 잼민이라는 단어는 좋은 의미로 쓰이는 단어니?” 엄마의 또 다른 질문에 나는 자신 있게 나쁜 뜻을 가진 단어라고 답할 수 있었다. 시청 중이던 장면에서 출연자가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자 그 단어를 쓰는 걸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번은 수업 시간에 영어 단어 시험에서 백점을 맞은 친구가 칭찬을 받게 되었다. 그때 한 친구가 ‘개좋겠다’라고 큰소리로 외쳤다. 나와 친구들은 웃음을 터트렸지만, 선생님 표정이 심각해지셨다. 선생님은 친구가 부러워서 한 말인지는 알겠지만 ‘개’라는 단어를 붙여 쓰는 말은 ‘빚 좋은 개살구’처럼 질이 떨어지거나 쓸데없다는 뜻을 표현하는 단어라고 했다.

선생님께서는 요즘 우리들 사이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이 뭐가 있냐고 물으셨다. 친구들 사이에서 ‘졸멋’ ‘빡친다’ ‘찐따’ ‘쩔다’ 등의 단어가 쏟아져 나왔다. 남자 친구들은 주로 게임 채팅방에서, 여자 친구들은 유튜브나 TV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나는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항상 어른들은 어린이에게 예쁜 말, 좋은 말을 써야 한다고 말씀하시면서 어린이들이 쉽게 접하는 유튜브나 TV 프로그램에서는 왜 그런 단어를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것일까? 우리 또래 친구들이 손쉽게 나쁜 말을 접할 수 있는 주변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막연히 잘못된 언어 사용이 나쁘다고만 하시는 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우리의 잘못된 언어 사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첫째, 가족들이 시청하는 중요 시간대에 방송하는 TV 프로그램에서는 은어나 속어 사용을 자제하거나 어린이들이 시청할 수 없는 시간대에 방송을 했으면 좋겠다. 예방보다 좋은 방법이 없듯이 나쁜 언어를 배울 수 있거나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을 미리 막는 것이다.

둘째, 주변 친구들도 그렇고 나 역시 사용하는 언어나 물건 대부분을 알게 되는 경로는 유튜브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유튜버가 남을 비하하거나 잘못된 언어를 사용하면 야구의 삼진아웃제처럼 경고받은 횟수에 따라 콘텐츠 제작을 막는 법을 어른들이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 어린이 스스로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남을 비하하는 나쁜 언어 사용을 자제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종류의 식물을 준비해서 한 식물에는 고운 말을, 나머지 식물에게는 나쁜 말을 하여 어떻게 자라는지 결과를 측정하는 실험이 있다. 쉽게 상상할 수 있듯이 고운 말을 들은 식물은 파릇파릇 윤기 나는 잎에 쑥쑥 잘 자랐지만, 나쁜 말을 꾸준히 들은 식물은 시름시름 시들어갔다. 이 실험을 통해 언어는 보이지는 않지만 대단한 힘을 가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 어린이도 식물과 같지 않을까? 고운 말을 듣고, 바른 언어를 사용하는 어린이는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하게 자랄 것이다. 이러한 환경을 만드는 데 더 많은 어른들이 관심을 갖는다면 이 세상은 아름다운 말이 넘쳐나는 향기 가득한 세상이 될 것이다.

이도연(농소초 5학년) 굿네이버스 미디어 아동 자문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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