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셀트리온이 다시 입증한 것

김명룡 바이오부장 2021. 11. 18. 03: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기관이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 의약품청(EMA)을 난공불락의 성처럼 여긴 때가 있었다. FDA나 EMA로부터 인정받는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나라보다 높은 수준의 비용과 허가 허들(장벽)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들 기관은 사실상 전세계 의약품의 허가를 좌지우지하는 곳이었다. 가장 까다로운 허들을 넘으면 적잖은 보상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미국은 전세계 의약품 시장의 50% 이상, 유럽은 20% 정도 차지한다.

게다가 FDA 허가를 받은 의약품은 다른 나라에서도 허가를 쉽게 받을 가능성이 높다. 신약을 팔 곳이 많아지니 상업적 성공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반대로 이들 관문을 넘지 못하면 아무리 효능이 좋은 신약을 개발하더라도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인지 10여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신약허가를 받겠다고 나서면 '코웃음'부터 치는 경우가 많았다.
바이오연구소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한 바이오벤처 사장은 "처음에는 어떤 FDA 담당자를 만나야 하는지도 몰랐고, 간신히 만났을 때도 우리를 개발도상국에서 온 사람 정도 취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야구로 치면 시골 동네선수 출신이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린 것으로 비유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우리보다 경제발전이 더딘 나라에서 우리나라에서 신약허가를 받겠다고 했을 때 우리 식약처(식품의약품안전처) 관료들이 보일 반응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고 부연했다.

언제부터인지 FDA나 EMA로부터 신약(혹은 바이오시밀러)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들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국내 신약개발 기업들은 이들 기관에 인맥이 생기고, 노하우도 생겼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유수의 제약회사들은 물론 바이오회사들까지 끊임없이 미국과 유럽 시장의 문을 두드리면서 그들에게 한국은 이제 더이상 낯선 국가가 아니다.

최근에는 셀트리온이 EMA로부터 코로나19(COVID-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이로써 '렉키로나'는 유럽에서 정식 품목허가를 획득한 국내 최초 항체신약 지위를 확보했다.

게다가 EMA는 승인권고가 내려진 이후 이례적으로 하루 만에 정식 품목허가를 해줬다. 통상 1~2개월이 걸리는 절차가 간소화된 것은 코로나19(COVID-19) 상황이 급박한 것도 있지만 셀트리온이 임상시험에서 좋은 효능을 입증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렉키로나'는 한국, 미국, 스페인, 루마니아 등 전세계 13개국 코로나19 경증과 중등증환자 13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글로벌 임상3상 결과 안정성과 유효성을 확인했다. 앞서 서정진 명예회장은 지난 2월에 열린 한 간담회에서 임상시험에 1500억원이 들었고 변이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비용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수천억 원의 개발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쉬운 일일 리는 없다. 신약개발의 성공은 차치하고라도 이렇게 글로벌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것만으로도 셀트리온의 성과는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노고에 대한 과실도 기대된다. 현재 '렉키로나'의 유통을 맡은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따르면 이 회사는 현재 30여개 국가와 공급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데, 유럽 승인 이후 문의가 폭주했다고 한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과감히 선택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은 셀트리온이 창업 이후 이어온 경영전략의 하나다.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해 "유럽 국가의 허가를 절대 받지 못할 것"이라고 비난하던 이들이 이제는 "시장성이 없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렉키로나'로 얼마만큼의 성과를 낼지 모르지만 셀트리온은 지금까지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며 성장해왔다.

셀트리온은 허가라는 높은 허들을 넘었지만 '시장가치'라는 또다시 새로운 과제를 앞에 두고 있다. 시장의 시선이 가혹하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셀트리온은 이번에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다만 셀트리온은 유례없는 새 길을 열어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축하와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는 것은 어떨까.

[관련기사]☞ "신동엽이 100억 준다하고 약속 안지켜" 괴롭힘 사건, 알고보니이정재, 좌 ♥임세령-우 이미경…두 여성 재벌 사이서 '활짝'커플매니저도 포기한 30대女 "강남권 집있는 대기업男" 고집해美 여성 보컬, 공연 중 남성 관객 얼굴에 소변…"역겹다" 질타디카프리오, 이정재와 투샷 비하인드..."'배우들 어딨냐'며 흥분"
김명룡 바이오부장 dragong@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