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중국의 ‘코로나 쇄국’ 리스크

방현철 경제부 차장 2021. 11. 1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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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나오면 도시 봉쇄하는 中
세계 경제에도 큰 위험 요인
‘제2 요소수 사태’ 언제든 발생
공급 막힐 때 대책 미리 세워야

“중국은 한 번 결정한 걸 쉽게 바꾸지 않습니다. ‘제로 코로나’ 뒤엔 외국을 믿어선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요.”

최근 홍콩의 한 펀드매니저와 통화하다 들은 말이다. 중국의 ‘코로나 쇄국’이 길어질 전망이다. 해외 입국자는 3주간 격리 숙소에서 지내야 한다. 백신을 맞아도 예외는 없다. 확진자가 나오면 도시를 봉쇄하고 전수 검사로 숨은 감염자를 찾는다. 지난달 란저우시에선 확진자 6명이 나오자 주민 400만명 도시를 봉쇄했다. 7월 난징에서 확진자가 잇따르자 주민 930여만명에게 7차례나 코로나 검사를 했다.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확진자 단 1명 때문에 입장객 3만여 명을 검사하느라 야단법석을 떨었다.

지난달 31일 중국 상하이 디즈니랜드에서 중국 방역 요원들이 입장객들을 검사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 9일 중국 인민일보 한국어 사이트엔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이유’란 기사가 올라왔다. 코로나 무관용 정책이 비용이 낮고 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코로나를 완전히 막을 수 있다는 전제에서 가능하다.

이제 전 세계 주요국들은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백신과 치료제로 무장하고 경제 통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코로나를 독감이나 신종플루처럼 관리한다는 것이다. 이런 전환 시기에서 중국이 홀로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건 앞으로 세계 경제의 큰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만남을 틀어막는 건 불가능한데, 바이러스가 중국만 피해갈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경제의 17%, 제조업의 30%를 차지하는 세계 2위 경제 대국이다. 그런데 올 3분기 성장률이 4.9%로 더뎌지면서 벌써 ‘제로 코로나’ 장기화 여파가 내수의 발목을 잡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시 간 이동 규제가 늘면서 3분기 중국의 국내 관광 지출은 7400억위안으로 코로나 전인 2019년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중국 소비 회복 기대는 당분간 접어야 할지 모른다. 봉쇄로 글로벌 공급망에 충격이 올 우려도 나온다. 지난 8월엔 화물 물동량 기준 세계 1위인 닝보-저우산 항구가 2주간 봉쇄됐다. 무증상 감염자 1명 때문이다. 이런 사례가 확 늘면 가뜩이나 불안한 글로벌 공급망 병목에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한국에도 큰 걱정거리다. 한국 수입의 23%가 중국이고, 무역협회에 따르면 전체 수입 품목 1만2586개 중 15%인 1850개의 중국 의존도가 80%를 넘는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봉쇄가 확산되면 어디서 공급이 막힐지 모른다. 한국에선 ‘제2의 요소수 사태’가 덮칠 수 있다.

요소수 사태는 뿌리를 파 보면 시진핑표 탄소 배출 줄이기가 나온다. 시진핑 주석은 4월 “2021~2025년 화력발전을 엄격히 통제하고 석탄 소비 증가를 억제하겠다”고 했다. 이는 ‘석탄 채굴 감소, 석탄값 상승, 화력발전 감소, 전력난과 원료 부족으로 요소 생산 감소, 요소 수출 규제, 한국의 요소수 대란’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지금 청와대에선 “요소수가 아닌 ‘요소 비료’ 정도의 문제로 생각했다”란 식의 얘기가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 경제 관료들이 정책 대응 상상력을 갖고, 더 큰 그림을 보고 대응책을 미리 짜야 했던 것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고수하면서 벌어질 경제 충격에 대한 대비책을 미리 준비하는 데도 정책 대응 상상력이 절실하다. 예전에 관가 취재할 때는 “석 달 후, 여섯 달 후 뭐가 이슈가 되겠어요”라고 묻는 경제 관료들이 적지 않았다. 정책 상상력을 발휘해 미리 국민이 고통받을 지점을 예측하고, 대응 방안을 고민하는 경제 관료들이 그리운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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