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삼성전자 인사 실험, 호봉제 폐지 첫발 떼길

2021. 11. 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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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인사제도 개편에 착수했다.

이번 인사제도 개편은 이 같은 사내외 환경 변화를 두루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주 사내 게시판에 '인사제도 개편 사전 안내'를 공지했다.

공지문은 "그동안 대내외 경영 환경과 임직원의 변화 요구에 대응해 연공형 직급 폐지 등 다양한 인사제도 개선을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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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연공형은 낡은 제도
직무급으로 전환 기대

삼성전자가 인사제도 개편에 착수했다. 지난 2016년 개편 때는 직급을 4단계로 줄이고 수평적 호칭을 도입했다. 그로부터 5년이 흘렀다. 그동안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뉴삼성을 기치로 내걸었다. 이번 인사제도 개편은 이 같은 사내외 환경 변화를 두루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주 사내 게시판에 '인사제도 개편 사전 안내'를 공지했다. 공지문은 "그동안 대내외 경영 환경과 임직원의 변화 요구에 대응해 연공형 직급 폐지 등 다양한 인사제도 개선을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 인사제도 혁신 과제 중 하나로 이번에는 평가·승격제도 개편안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공지문에서 '연공형 직급 폐지'란 표현이 특히 눈길을 끈다. 연공급제 아래선 나이가 벼슬이다. 연차가 쌓이면 직급과 호봉이 저절로 오른다. 과거 고도성장 시절 연공급제는 '가족 같은 회사' 분위기에서 종업원의 '충성심'을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이었다. 이땐 아무도 연공급제를 문제 삼지 않았다. 연공에 기반한 상명하복식 문화가 대량생산 시스템에 적합했고, 고성장 속에 일자리도 넘쳐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공급제는 창의성을 중시하는 21세기 혁신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미국 등 일류 선진국은 직무급제가 기본이다. 직무급제 아래선 나이가 아니라 일의 성격과 숙련도에 따라 보상이 결정된다. 전문적인 일을 능숙하게 처리하는 사람은 자연 연봉이 높다. 전문지식이 필요 없는 일을 그것도 미숙하게 처리하면 연봉이 낮다. MZ세대로 통칭하는 20~30대 청년들이 보기엔 직무급제가 공정한 룰이다.

한국 산업계엔 연공급제가 깊숙이 뿌리를 내렸다. 다른 주요국에 비해 연공성도 유난히 높다. 1년 미만 대비 30년 이상 근속자의 임금 격차는 약 3.3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한국노동연구원 '임금 연공성 국제비교'·2015년). 노조는 당연히 연공급제를 선호한다. 대기업 정규직으로 입사만 하면 임금이 계단식으로 착착 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첨단기술을 익히겠다고 중뿔나게 나설 필요도 없다. 이 결과 한국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은 주요국 중 최하위를 맴돈다.

이미 한국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잠재성장률은 머잖아 0%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수렁에서 벗어날 가장 확실한 해법은 연공급제를 직무급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개인의 창의성은 직무급제 아래서 양껏 발휘된다. 삼성전자는 임직원 11만명을 거느린 국내 최대 기업이다. 삼성에서 일어난 변화는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삼성을 위해서든 한국 경제를 위해서든 연공급제 손질은 불가피하다.

5년 전 개편은 직급 단순화 등 형식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개편은 임금체계, 곧 본질에 손을 대는 작업이다. 연공급제 폐지는 노조의 반발을 무릅쓰고라도 가야 할 길이다. 행여 정부와 정치권이 응원은 못할 망정 훼방을 놓는 일만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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