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수사' 공수처 차장, 與 의원 부적절 접촉 논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를 겨냥한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수사를 지휘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여운국 차장이 여당 의원과 부적절하게 전화 통화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공수처는 여 차장이 수사뿐 아니라 대국회 업무를 포함한 행정 업무까지 총괄하다 보니 벌어진 일로, 수사에 영향을 줄 부적절한 접촉은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오늘(17일) 여 차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과 전화 통화로 저녁 식사 약속을 했다며, 공수처가 여권에 유착됐다는 비판이 법조계에서 나온다는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비록 취소됐다고는 하지만 박 의원이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공동 대변인을 맡고 있고, 그간 윤 후보에 대한 공수처의 강도 높은 수사를 주장해 왔다는 측면에서 약속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여 차장이 지난 10월 국정감사 종료 뒤 박 의원의 전화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사적인 통화나 수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부적절한 접촉은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공수처는 "안부를 묻고 답한 극히 짧은 시간의 대화였다"며 "대화 말미에 인사 차원에서 식사 약속 일정 제의를 완곡히 거절하다 날짜를 특정하지 못하고 유야무야된 것이 전부"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대화 내용에는 수사 관련 내용은 일절 없었고 약속을 잡았다가 뒤늦게 취소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사적인 통화나 부적절한 접촉으로 보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공수처는 여 차장이 고발 사주 수사 주임 검사이면서도 공수처의 행정업무 등 살림을 책임지는 지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른바 '갑과 을' 측면에서 통화가 불가피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여 차장은 실제로 어제(16일)에도 내년도 공수처 예산안 원안 통과를 위해 국회 법사위 예산소위에 참석해 여야 의원들을 설득했습니다.

앞으로도 공수처법 개정 추진과 관련해서도 국회와 빈번하게 소통해야 하는 업무를 맡고 있기도 합니다.

공수처는 "이러한 지위와 현실에서 여 차장은 공수처와 관련이 있는 법사위 소속 의원들의 전화를 회피하거나 거부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차관급 기관인 공수처가 독립기관이라는 지위상 비슷한 규모의 다른 기관보다 행정 업무가 많음에도 대응 인력이 부족해 벌어진 일이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공수처 행정직원 정원은 20명으로 공수처법에 규정돼 있습니다.

쏟아지는 민원처리와 행정 심판 위원회 업무, 국회 요청 자료 제출 등 맡은 업무를 고려한다면 터무니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지만, 법으로 정해져 추가 채용이 불가능합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정치권에서는 공수처의 행정직원 정원을 늘리는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국회에 계류된 상태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