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지방자치 바로 세우자
그간 실망스러운 민낯 보여
획기적인 변화 필요성 절감
지역발전 적임자 찾기 절실
올해는 우리 정치사에 한 획을 긋는 의미 있는 해이다. 지방자치 부활 30년을 맞는 해이기 때문이다. 1991년 지방의원을 뽑는 선거가 실시되면서 주민생활에 필요한 일을 주민 스스로 결정하고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지방자치는 지역 형편에 맞는 다양한 정책을 펼 수 있어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부른다.
유권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지방선거를 대선이나 총선보다 의미를 축소하거나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지방선거로 뽑힌 단체장과 지방의원은 임기가 4년이며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세 번 연임할 수 있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의혹에서 볼 수 있듯이 각종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단체장은 현실적으로 통제가 불가한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는다. 여기에 막강한 인사권과 예산권까지 양손에 쥐고 있어 ‘제왕적 단체장’이라고도 불린다. 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장 경력을 갖고 있는 사람을 자치단체 시설공단의 임원으로 임명할 수 있었던 것도 단체장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방선거를 결코 만만한 선거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각인시켜 주는 사례다. 한술 더 떠 단체장의 전횡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지방의회까지 손에 넣고 쥐락펴락하거나 지방의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단체장을 제동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대장동 의혹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최근 만난 한 자치단체 기초의원은 강한 어조로 ‘지방의원’ 자질을 비판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동료의원들이 ‘의원 역할’을 하지 못해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대부분 의원들은 민원을 해결하고 지인 등으로부터 부탁받은 이권이 수용될 수 있도록 공무원과 연결해 주는 것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에 놀랐다고 했다. 보다 못해 ‘의회는 기본적으로 지자체의 권한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능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우이독경에 그쳤다고 하소연했다. 그래도 그는 “단 1명의 의원이라도 눈을 똑바로 뜨고 제 역할을 하면 자치단체가 허투루 예산을 낭비하는 것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년은 본연의 책임을 다하는 의원이 필요하고 지방자치가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지역 살림을 책임질 의원을 제대로 뽑지 않은 채 일부 의원의 일탈을 문제 삼아 지방자치제를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꼴’의 다름 아니다. 또 하나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념해야 할 것은 의회가 견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한 정당이 싹쓸이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단체장과 3분의 2 이상 의석을 가진 지방의회의 특정정당이 같은 당이라면 지방의회의 견제와 감시기능은 기대난망이라는 것을 그동안 눈이 따갑도록 봐 왔다. 선거를 잘못하면 의회가 본연의 기능은 제쳐두고 단체장의 권한을 지켜주고 불합리를 눈감아주는 ‘거수기’로 전락하게 된다.
대선 결과에 따라 지방선거가 휩쓸려서 안 된다. 사심 없이 주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적임자를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 온갖 역경을 헤치고 지방자치를 부활하도록 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지방자치를 살리고 성장시키는 일은 오직 유권자의 손에 달렸다. 지방선거를 잘못하면 보궐선거로 예산을 낭비하거나 ‘특검’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박연직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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