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AI로 지뢰 제거

도재기 논설위원 2021. 11. 16.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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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국은 세계에서 지뢰가 가장 많이 묻힌 곳으로 알려져 있다. 강원도 철원군 한 도로변에 지뢰 경고 표지판이 선명하게 걸려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수많은 무기 가운데 가장 ‘비열한 무기’는 무엇일까. 지뢰가 손꼽힌다. 특히 대인지뢰는 가장 ‘비인도적인 무기’로도 불린다. 지뢰로 인한 사상자가 군인보다 민간인이 더 많아서다. 세계적으로 해마다 2만6000여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고 그중 75%가 어린이다. 지뢰 폐해가 오죽 심하면 국제사회가 1997년 ‘대인지뢰금지협약’(오타와 협약)까지 맺었을까. 지뢰는 화약을 발명한 중국 송나라에서 활용되기 시작한 이래 발전을 거듭해 지금은 원격조종하는 스마트 지뢰까지 개발됐다.

비열한 무기인 지뢰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묻힌 곳은 어디일까. 안타깝게도 한반도다. 한국전쟁 당시 전국에 묻혔고, 전쟁 후에도 분단된 남북은 경쟁적으로 매설했다. 사실 어디에 얼마만큼 묻혀 있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합동참모본부의 자료를 보면, 비무장지대(DMZ) 일대에 38만발을 비롯해 서울·부산 등 전국 곳곳에 82만8000여발(추정)이 매설됐다. 100만~300만발로 추산하기도 한다. 1990년대 이후 지뢰 제거작업을 하고 있지만 연간 500발 안팎에 그친다. 막대한 시간과 전문 인력, 비용에 위험 부담도 높아서다. 분단 상태가 지속되는 바람에 제거하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해마다 한강 하구 등에서 사상자가 발생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방부 등이 16일 육군공병학교에 지뢰 탐지·제거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는 실험실을 열었다고 밝혔다. AI 기술로 지뢰의 재질, 제거 인력의 숙련도 등에 구애받지 않고 쉽고 안전하게 지뢰를 찾아 제거한다는 것이다. 이런 지뢰 AI 기술은 지하 폭발물, 상하수도 등 각종 지하시설물 탐지에도 활용할 수 있다. 앞서 방위사업청이 목함지뢰(일명 발목지뢰) 등 비금속 지뢰까지 탐지하는 신형 지뢰탐지기 양산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전군에서 사용한다고 발표한 바도 있다.

국회의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종전 방법으로 한반도의 지뢰를 모두 제거하기 위해서는 짧게는 190년, 길게는 460년이 소요된다. AI 기술로 더 안전하고 신속하게 지뢰를 제거할 수 있다니 반갑다. 하지만 그에 앞서 비열한 무기가 필요없도록 한반도에 평화를 영구히 정착시키는 조치가 나와야 한다.

도재기 논설위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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