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북한 2030 '장마당세대'서 희망을 본다

2021. 11. 1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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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안민정책포럼 청년회원
박준규 안민정책포럼 청년회원

북한에서 집결소는 비법(불법) 월경자들을 보위부와 같은 관할 기관으로 압송하기 전에 감금하는 임시 수용시설이며, 계호는 교도관을 뜻한다. 보위부는 체제 유지를 위해 운영되는 정보기관이다. 위의 사례들은 필자가 인턴으로 재직했던 NKDB 북한인권정보센터에서 구축한 북한인권침해 지리 정보 플랫폼 '비주얼 아틀라스'에 축적된 증언 기록들이다. 9명의 미성년자를 총살하는 행위, 학교를 졸업하고 입대를 할 나이이면 고등중학교를 졸업한 17살, 18살 정도의 아이들이다. 체제에 위협이 되는 한국 영상물을 시청했다는 이유로 아이들 9명을 총살시켜버렸다. 강제 낙태의 경우 북송된 임산부들이 주된 피해자이다. 강제 낙태 가해자들은 임산부들이 중국 남성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간주한다. 따라서 뱃속의 아이는 '조선 순수 혈통'이 아니라 여겨지며 강제 낙태가 강행된다. 강제 낙태 후 어떠한 의료 조치도 받을 수 없다. 이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수많은 인권침해 행위들이 강 건너 북한에서 발생하고 있다.

외부와 철저히 차단되어 당의 사상교육 아래 다져진 김일성에 대한 충성심으로 인해 북한 내부 기성세대의 인권탄압에 대한 반감은 억눌려 있었다. 하지만 김ㅋ일성을 책을 통해 배우고 장마당을 통해 외부 문물을 접하며 성장한 북한의 2030 세대인 '장마당 세대'는 다르다. 인권탄압에 대한 그들의 저항을 북의 수뇌부는 그 어느 물리적인 힘보다 더 두려워하고 있다.

장마당 세대는 자신들이 보고 듣고 느끼고 싶어 하는 것들을 위해 리스크를 과감하게 감수한다. 매일 밤 친구들과 이불을 뒤집어쓴 채 BTS의 뮤직비디오와 사랑의 불시착을 시청하며 남조선 문화를 흡수·표출하고 있다. 북의 수뇌부는 이러한 현상을 체제 유지에 가장 큰 위협으로 감지하고, 이를 뿌리뽑기 위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해 강력히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들의 자유와 정당한 권리를 향한 갈망을 꺾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대한민국은 지난 70년간 산업화, 민주화를 이룩해 냈으며, IMF를 극복하고 이례 없는 발전을 이룩해왔다. 그리고 사회적 위기라고 거론되는 현재, 2030 세대가 사회에서 결여되었던 그들의 어젠다를 찾아나가며 새로운 사회 변화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북은 동일한 70년 동안 유일사상체계 확립에 집중했고, 외교적으로 고립되었으며, 국가 경제가 그 기능을 상실했다.

그 결과 200만, 아니 정확한 추산이 불가능할 만큼의 아사자를 낸 고난의 행군을 겪어야 했다.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대거 탈출을 감행하거나,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장마당이라는 시장경제 형태의 플랫폼을 형성해나갔다. 그리고 그 속에서 태어난 장마당 세대가 드디어 북한 내부 사회변혁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북한 내부의 인류 보편적 가치를 향한 변화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전 세계의 청년들이 함께 소프트파워를 형성해 내어 이를 전달해 주고 있다.

일제강점기 우리의 선대들은 기약 없는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고 저항하셨다. 한국전쟁 시기, 가족들과 동료들을 지킨다는 생각 하나로 자아를 잃어가며 싸우셨다. 산업화 시기, 가족들을 먹여 살리겠다는 집념 하나로 한강의 기적을 이룩해내셨으며. 민주화 세대 분들은 민주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열망 하나로 투쟁하시어 결국 민주화를 이룩해내셨다.

현재 '한반도 청년세대'의 태동 역시 그 끝맺음이 어떻게 역사에 기록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그들의 움직임이 선대들의 움직임처럼 국가관계, 국제관계, 그 외에 존재하는 수많은 이해타산적 틀들을 뛰어넘어 '인간'이라는 동일한 가치 아래, 사회에서 결핍되었던 더 나은 인류 보편적 가치를 향한 움직임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청년들은 선대들이 품었던 인류 본질적 가치에 대한 열망 그리고 실천의식 속에서 함께 성장해왔다. 고로 선대들의 후손들답게, 또한 그들의 다음 세대를 위해, 현 2030 세대 역시 그들이 열망하는 그 가치들을 이룩해 낼 것이라 필자는 확신한다.

독립투사 분들, 위안부 할머님들, 호국 영웅 분들, 산업화와 민주화의 주역 분들 모두 각자가 살아온 시대에, 그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류 보편적 가치들을 이룩하기 위해 노력해오셨고, 현재에도 수많은 사회구성원들과 한반도의 청년들이 그 가치들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남북의 청년들이 정의와 공정을 위해 한반도 내부에서 태동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기존 사회에 만연해있는 극단적 양극화 프레임에 흡수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어떠한 부분에서 대한민국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는지 그 원인을 찾아내어 스스로의 미래와 후대를 위해 하나씩 점진적으로 회복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북한문제 역시 처참한 북 내부의 인권탄압을 외면한 채 북 수뇌부의 요구 사항에 맞춰가며 정치적 협상만을 통해 이룩한 '평화'가 과연 우리가 목표하던 평화이자 통일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인지,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탄압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과 청년들이, 자신들을 외면한 채 이루어 낸 평화와 통일을 진정한 평화와 통일로 받아들일지 우리 모두가 멈춰 서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후대가 우리를 어떻게 기억하게 될지, 그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고단한 현실 속에서 역경을 이겨내기 위해 함께하는 동료 청년들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동료 청년들이 힘든 현실 속에서도 조금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고 있다. 남북의 MZ 세대 역시 선대들처럼 이 역경을 보기 좋게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이라 필자는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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