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석탄발전 전면 폐지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

이윤정 기자 2021. 11. 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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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금부터 많이 논의해 나가야 하는 부분입니다."

한국전력을 비롯한 전력공기업 7곳이 2050년까지 석탄발전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지난 10일, 구체적 이행 방안을 묻는 질문에 한전 관계자는 이같이 답했다.

세계적으로도 석탄발전 폐지를 당장 추진하기엔 이르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국제 기준이 아닌 국내 현실을 고려한 석탄발전 폐지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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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금부터 많이 논의해 나가야 하는 부분입니다.”

한국전력을 비롯한 전력공기업 7곳이 2050년까지 석탄발전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지난 10일, 구체적 이행 방안을 묻는 질문에 한전 관계자는 이같이 답했다. 석탄발전이 중단되면 쓸모가 없어지는 화력발전소 등 좌초자산이 얼마나 되는지는 한전 차원에서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설계수명을 다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아야 하는 발전사업자에 대한 보상 방안과 석탄업 종사자들의 보호 방안도 이제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정부는 현실적 가능성을 따져보지도 않고 석탄발전 전면 중단을 약속했다. 현재 국내 전력시장에서 석탄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육박한다. 예상보다 일찍 폭염이 찾아왔던 지난 7월엔 석탄발전소 58기 중 공사 중인 삼천포 6기를 제외한 57기를 풀가동해 겨우 전력 수요를 맞췄다. 올 겨울 역시 석탄발전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저렴하면서도 안정적으로 대량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석탄을 폐지하려면 대안이 필요하다. 국가 전체를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체계 없는 졸속 이행은 짜임새 있는 재정 집행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미 탈원전 보상책을 마련한 독일은 석탄발전소 평균 가동 기간이 45년에 달하는데도 설계수명(60년)을 채우지 못한 발전소에 대한 보상금이 6조원 이상이라고 한다. 석탄발전소 수명이 최대한 적게 남아있어야 이들에게 보상해줄 돈도 줄어드는데, 우리는 이제 막 상업운전을 시작했거나 조만간 준공 예정인 신규 석탄발전소가 7기나 된다. 기존 석탄발전소의 수명도 인위적으로 줄이고 있다. 석탄발전 폐지라는 선언에 매몰돼 성급하게 발전소 문을 닫다간 수조~수십조원의 세금이 낭비될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석탄발전 폐지를 당장 추진하기엔 이르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1일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는 석탄발전 ‘퇴출’이 아닌 ‘단계적 감축’의 내용을 담은 ‘글래스고 기후조약’을 채택했다.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에너지원인 석탄발전을 줄여야 한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속도는 다소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석탄발전 전면 중단을 선언하면서 국제 정세를 반영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날렸다. 다른 나라보다 석탄발전 중단을 위한 준비가 더 돼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정부는 석탄발전의 공정하고 질서있는 퇴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질서는커녕 석탄발전 폐지가 허언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나치게 도전적인 목표는 지금 잠깐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 수 있을지 몰라도, 실패했을 경우 국가 신인도와 산업 경쟁력을 하락시키는 등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 지금이라도 국제 기준이 아닌 국내 현실을 고려한 석탄발전 폐지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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