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대교를 통해서 본 공정한 교통시스템

2021. 11. 1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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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동권 형평성', 일산대교 무료 운행이 타당하다

[정진혁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사회간접자본(SOC)시설은 공공서비스의 주체인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건설 및 운영하며, 효율성과 공정성이 시설계획의 주된 목표다. 대표적 SOC 시설인 교통시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성장 중심 시기에는 정책 결정의 무게 중심이 효율성에 있었으나, 경제 발전과 함께 공공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커지고 있다. 따라서, 효율성과 공공성이 부족한 모빌리티서비스는 사회적 이슈로 표출되곤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일산대교 공적처분도 그중에 하나이다. 일산대교와 관련된 쟁점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연관 개념인 공적처분, 민간투자사업, 유료도로법, 경제적 타당성, 요금 재구조화등의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우선 민간투자사업, 유료도로법, 요금 재구조화에 대해서 알아보자. 국내 민간투자 SOC 사업 1호는 2000년에 전 구간을 개통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다. 이후 다양한 SOC 사업이 민간투자를 통해서 건설되었고 계획 중이다. 민간사업의 긍정적 역할에도 불구하고, 민간투자 사업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협약교통량과 실적교통량의 차이로 인한 과도한 보조금과 비싼 사용료일 것이다. 이런 문제점은 대부분 "요금 재구조화"를 통하여 완화되었다(요금을 하향조정하는 대신 운영기간을 연장하는 방식). 수도권 제1 순환도로, 천안논산고속도로, 신분당선 등이 요금 재구조화를 통해 개선되었다. 개선 과정에서 주된 쟁점은 유료 서비스 제공의 적정성이었으며, 민간투자 여부에 앞서 유료화 기준의 부합 여부가 더욱 중요하다.

유로도로법에 의하면 유로도로는 반드시 대체적 도로 (또는 수단)가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대체적 도로의 기준이 명확히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일산대교의 경우 목적지까지 3분 만에 도달할 수 있는 경로가 있을 때, 22분 이상 소요되는 다른 경로가 전자를 대체할 수 있는 경로라고 말하기 어렵다. 재미있는 사실은 일산대교와 가장 가까운 교량인 김포대교와의 거리가 8.1km인데 반해 한강 교량 25개의 평균 간격은 2.1km이며, 고속도로 구간인 김포대교와 강동대교를 제외하고는 모두 무료라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일산대교와 김포대교의 잠재 이용자들은 모든 대체 경로에 요금이 부과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유료도로법에 위배 된다. 따라서, 국도 구간인 일산대교 이용에 요금이 부과되는 것은 이동권에 심대한 침해를 끼치며 공정하지 못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음은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개념이다. SOC사업의 필요성을 판단할 때 경제적 타당성 확보는 필수적이다. 교통시설물과 같은 공공재의 경제적 타당성은 편익비용분석(B/C)를 통해서 판단된다. 재무적 수익과는 다른 개념의 사회적 편익은 새로운 교통시설물의 직접 이용자뿐만 아니라 비 이용자에게도 발생된다. 비 이용자가 얻게 되는 사회적 편익은 개발 밀도가 높고 혼잡한 지역일수록 규모가 크며 직접 이용자들의 편익보다 훨씬 크게 발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서, 일산대교로 이용자들로 인해서 "자유로" 및 "올림픽도로"의 교통량이 줄었다면, 자유로/올림픽도로를 계속 이용하는 이용자들은 혼잡 완화로 인한 긍정적 효과를 경험하며, 이는 사회적 편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일산대교 무료화의 경제적 효과 및 공공성 증대로 인한 수혜자가 일부 지역에 편중되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대체도로 부재", "이동권의 형평성", "교통사업 편익의 파급성"등을 고려했을 때 일산대교는 무료로 운행되는 것이 타당하다. 일산대교는 1996년 민자사업으로 선정되어, 1999년 기본계획이 고시되었고, 2002년 협약이 체결되었다. 첫 단추를 끼운 지 25년이 지났다. 시설계획을 위한 의사 결정은 내재 된 불확실성으로 인해 긍정적 결과만을 보장할 수 없다. 그러나, 잘못된 결정을 인정하고 수정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잘못을 낳을 것이다. 일산대교를 통해서 우리는 학습 비용을 톡톡히 지불하고있다. 학습과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민간투자사업 계획의 신뢰도를 제고 하고 효율적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경기도와 국민 연금공단은 법에 따른 결정이 아닌 협상 테이블에서 합리적 보상 금액을 조정해야 한다. 이것이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다시 채울 최소한의 행위라고 판단된다.

정진혁 교수는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 박사를 받았고, 현재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를 지내고 있습니다. 대한교통학회 학회지 '기술과 정책' 편집위원장을 맡았고, 현재 대한교통학회 학술 수석 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16일 경기도 김포시 걸포동 일산대교 요금소에서 통행료 징수 재개를 알리는 문구가 전광판에 나오고 있다. 수원지방법원은 15일 경기도의 일산대교 '통행료 징수금지' 2차 공익처분에 대해 운영사인 일산대교㈜가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일산대교 측은 오는 18일부터 통행료 징수를 재개할 예정이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사퇴 전 마지막 결재 사안인 일산대교 무료 통행은 20여 일 만에 중단됐다. 연합뉴스

[정진혁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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