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종' 그리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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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초등학교에서 저학년을 상대로 방과 후 미술을 가르치는 지인으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한 아이에게 그림을 잘 그렸다고 칭찬했더니, 그 아이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림 한쪽 구석에 '종'을 그리더라는 것이다.
아이 입장에서는 잘 그렸다고 칭찬받은 그림이니 많은 유튜버가 말하는 '구독'과 '알람 설정', 그리고 '좋아요'를 자기 그림에도 해달라는 뜻이 담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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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초등학교에서 저학년을 상대로 방과 후 미술을 가르치는 지인으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한 아이에게 그림을 잘 그렸다고 칭찬했더니, 그 아이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림 한쪽 구석에 ‘종’을 그리더라는 것이다. 뜬금없는 행동에 지인은 당연히 왜 종을 그렸느냐고 물었고 들려온 답이 걸작이었다며 크게 웃었다.
이런 세태를 두고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한창 친구들과 뛰어놀며 사회성을 기르고 독서를 통해 소양과 상상력을 키워야 할 때 컴퓨터와 스마트폰에만 매몰돼 게임과 SNS에만 빠져 지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앞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기성세대를 넘어 ‘꼰대’로 가고 있다는 게 주변 젊은 세대들의 비판이기도 하다. 달라진 세대의 정서를 이해하려면 SNS가 그들에게는 자신을 표현하는 새로운 소통의 방식이고 한 지역, 한 국가가 아닌 전 세계와 직접 만나는 통로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유튜브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신을 전 세계 친구들에게 보여주려면 많은 연구와 관찰이 동반된 준비가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현실과 떨어진 저 먼 나라 ‘사이버 세계’로 가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좀 더 정확한 인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몇몇 사람들로부터는 최근 ‘메타버스’라는 가상 공간이 앞으로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영역으로 등장할 것인데 지금 젊은 세대들의 SNS 활용 방식이 그 중간 단계 어디쯤에 있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충고도 들었다.
그렇다 해도 이런 주장이나 조언이 SNS의 긍정적인 측면만 크게 강조한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칭찬을 들었다는 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종’이 된 상황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결국 한 아이가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 특정 SNS가 만들어주고 틀로 짜놓은 양식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특히 SNS에서는 최근 짧은 동영상이나 한 장의 사진으로 자신을 표현해야 할 경우가 많기에 요즘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행동 양식이나 유행의 흐름이 점점 짧아지고 압축되는 양상으로 흐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가끔은 긴 호흡도 느린 움직임과 생각도 필요하기에 잠시 유튜브 대신 고전을 읽는 아이들도 봤으면 좋겠다. 그래서인지 아직 난 ‘종’ 그리는 아이가 낯설다.
송용준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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