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 칼럼] 요소수 대란을 경제안보 확립 계기로 삼자
정부가 종전선언에 매달린 사이 경제는 중국의 요소 수출 규제로 마비될 지경이었다. 군용기까지 동원해 요소를 호주에서 긴급 공수하고, 요소수는 주유소에서만 10리터까지 살 수 있게 하는 등 눈물겨운 노력으로 간신히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끝이 아니고, 마그네슘 부족 등 제2의 요소수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 북한의 핵무기도 아닌 대수롭지 않은 요소수 하나에 국민은 불안에 떨었다. 요소는 웬만한 기업이면 생산할 수 있지만 채산성이 낮아 중국에서 수입했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분업의 원리가 가진 허점을 중국은 이용했다. 경제력을 등에 업고 다른 나라를 위협하는 중국의 행태는 시진핑 주석체제 이후 두드러졌다. 사드 보복에서 이 문제를 뼈저리게 경험했지만 정부는 여전히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고 믿고 있다.
국민의 소득과 자원의 안정적 확보, 즉 경제안보는 우리나라가 취약한다. 자원이 부족하고 수출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그렇다. 중국은 이러한 약점을 자국의 팽창에 이용했고, 수가 틀리면 한국을 곤경에 빠뜨렸다. 중국의 위협은 중국의 힘이 강해지고 미국과 부딪치면서 커지고 있다. 미국은 자국이 깔아논 자유무역체제를 중국이 악용하자 글로블 공급망을 전면 재편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첨단 기술을 빼돌려 경제력을 키우고 군사적으로 이용했고, 미국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도록 자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한국은 세계 정세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역행했다. 자원 부족을 극복하기 위한 해외자원개발은 적폐로 낙인찍혔고, 지난 10년 사이 공기업의 해외자원개발 투자는 10분의1로 줄었다.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으로 한국의 경제안보는 더 취약해졌다. 생산비용이 올라가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진데다 자원 확보의 위험도 커졌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에다 코로나19와 탈탄소화로 공급망의 재편이 빨라지면서 원자재나 소재의 공급은 줄고 유통은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가 크고 반면, 하단에 있기 때문에 충격은 더 크다. 요소 생산에 필요한 석탄의 경우 중국이 호주로부터의 석탄 수입을 금지하고, 동계올림픽에 맞춰 석탄 사용을 억제해 요소 생산을 줄인 결과 한국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보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요소처럼 특정 국가로부터의 수입에 80% 이상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품목이 거의 4000개나 되고, 그중에서도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가깝다.
경제안보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각국마다 자원을 무기화하고 산업을 전략화하는 등 경제를 안보문제로 보면서 '국가대항전'을 벌인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태평이라 경제안보 역량을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 기술과 자본 그리고 인력 부족이 아니라 정부의 안이한 태도와 정부 내부의 느슨한 정보 수집 및 의사결정이 중국 등의 경제적 도발에 무방비로 만들었다. 중국이 석탄 수입과 사용을 억제해 전력난이 발생한데다 요소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했지만 정부는 즉각 대응하지 못했다. 요소수 대란은 임기응변으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 경제안보시스템 구축의 계기로 심아야 한다. 첨단 기술과 희귀 자원의 개발과 보호는 물론 원자재와 소재 및 부품 등의 수급에 관련된 컨트롤타워부터 만들어야 한다.
자원 부국에다 내수 경제 비중이 높은 미국은 일찌감치 경제안보를 강화했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약점을 보완하고 전략산업 보호와 육성에 나섰다. 반도체와 2차전지 등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키우려고 삼성 등 한국 기업까지 백악관 회의에 참석시킬 정도도 대통령이 직접 챙겼다. 일본은 경제안전보장법을 내년 초에 제정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요소수 대란에서 봤듯이 문제가 터지면 그때서야 법석이고, 정부가 해결해야 할 일을 민간에 손을 내밀어 해결한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그리고 국가정보원의 역할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특정 국가에 대한 자원 의존도를 낮추고, 해외자원개발은 강화하며, 중요한 품목은 최소한의 국내 생산과 비축을 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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