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겼다는 말도 못해"..변기수가 말한 개그가 재미 없어진 이유

이가영 기자 2021. 11. 1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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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변기수. /KBS2 '개승자'

시청자가 기억하는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이 2014년도에 머물러 있는 현실에 관해 개그맨들이 “개그는 개그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공통적인 의견을 냈다.

14일 KBS2 코미디 서바이벌 프로그램 ‘개승자’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김준호, 변기수 방송불가 영상’이 공개됐다. 13명의 개그맨들이 코미디 프로그램의 위기와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내용으로, TV 방송에서는 편집됐다.

개그맨 변기수는 “제약이 너무 많지 않았나 싶다”며 “제약이 많으면 조심스러워지고, 조심스럽게 하다 보니까 스스로 위축되고 (재미를) 예전만큼 못 살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에게 조금만 자유를 주시면 좋겠다”며 동료 개그맨 오나미와 유민상을 예로 들었다. 변기수는 “오나미가 지금은 예쁘지만 못생긴 역할을 했을 때가 있었다”며 “오나미씨한테 ‘못생겼어’라고 직설적으로, 1차원적으로 개그를 해야 하는데 그러면 난리가 난다”고 했다. 여성들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는 그는 “싸우지 좀 말아요. 제발. 남자, 여자 왜 이렇게 싸우는 거야”라고 토로했다. 이어 “오나미가 못생긴 역할 할 때는 ‘못생겼어’라고 해서 웃길 수도 있는 거고, 유민상이 뚱땡이 역할 할 때는 ‘뚱땡이’ 하면서 약 올릴 수도 있어야 하는데 가장 웃긴 1차원적인 걸 막아놓으니까 2차원적인 걸로 못 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 들켜버리니까, 우리가 내놓을 패가 없다는 것도 후퇴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변기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들을 향해 “죄송한데 어느 정도 (심의 기준을) 풀어주셔서 개그를 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고 발언한 후 “나 또 (방송에) 못 나오겠네”라고 말했다.

이야기를 듣던 김준호 역시 “방심위 찾아가서 1인 시위라도 하겠다”며 “개그는 개그일 뿐인데, 다 비하로 본다. 우리는 비하할 의도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개그맨 12명 역시 “개그는 개그로 받아들여 달라”며 그의 말에 동조했다.

실제로 이들이 출연했던 KBS2 ‘개그콘서트’는 여러 차례 방심위의 제재를 받은 바 있다. 2015년 유민상이 진행하던 ‘민상 토론’은 박근혜 정부의 메르스 사태 대응을 풍자했다가 “불쾌감을 유발했다”는 이유로 방심위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았다. 2018년에는 어린이 출연자가 죽음을 소재로 노인을 희화화했다며 권고를 받았다. 다른 코미디 프로그램인 tvN ‘코미디 빅리그’의 경우 여성 비하와 가학성 등을 이유로 제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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