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혁신] '문송' 유시민 vs '합니다!' 이재명

한겨레 2021. 11. 15.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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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뉴노멀-혁신] 김진화ㅣ연쇄창업가

굳이 마크 트웨인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10월은 여러모로 ‘위험한’ 달이다. 러시아 혁명, 박정희 대통령 암살, 대공황의 검은 목요일 등등. 10월을 무사히 넘겼다는 사실에 다소 안도감이 들지만, 한편으론 지난 10월 하순 며칠 간격으로 벌어진 서로 무관해 보이는 사건들이 신발 바닥에 달라붙은 은행처럼 짙은 흔적을 남기는 듯하다.

먼저 누리호가 날아올랐다. 위성모사체 안착엔 실패했으나 거의 근접한 역량으로 격려를 받았다. 며칠 후 케이티(KT)발 인터넷 불통 사태가 발발해 적잖은 피해를 초래했다. 그 며칠 뒤 느닷없이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해 화제가 됐다. 비트코인은 무서운 기세로 상승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선물 상장지수펀드를 승인했다.

기술을 전망할 때는 개별 기술을 인과적으로 연결지어 보는 게 효과적이다. 그래야 큰 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누리호에 적용된 기술이 완성되면 우리 역시 인터넷 서비스용 위성을 띄울 수 있게 된다. 이미 스페이스엑스의 스타링크가 시범서비스 중이다. 위성 인터넷을 이용하면 비싸고 느릴 것이라 생각하지만 기술 발전에 따른 비용절감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향후 5년 내 이용자에게 가입비 5달러만 받아도 원가가 확보되는 수준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터넷 불통 사태 등이 발생할 가능성 역시 줄어든다.

지상에 속박됐던 인터넷이 천상으로 해방되면 지구적으로 사각지대를 없앨 것이다. 아울러 물리적으로 다원화된 인터넷망은 한계에 봉착한 월드와이드웹의 다음 버전(web3)을 촉진할 것이다. 분산화된 웹을 가능케 하는 기술은 블록체인이고, 그것이 게임과 디지털아트 등에 적용되는 실체가 요즘 입길에 많이 오르는 엔에프티(NFT)다. 페이스북이 메타버스 선언을 가장 절실하고 극적인 방식으로 하게 된 것은 기술 지형의 드라마틱한 변화가 이처럼 가속화되고 있어서 아닐까. 메타버스의 실체가 있네 없네를 논하는 것은 한갓진 말의 성찬일 뿐이다. 변곡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징후들을 포착하는 게 중요하다. 모든 것은 연결돼 있고, 끓는점에 도달하면 퀀텀점프한다.

11월이 되었고 더불어민주당의 코인 친화 공약이 단연 화제다. 이재명 후보가 직접 “전국민에게 개발이익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코인도 발행해 지급할 것”이라고 했다. 놀라움과 함께 여러 질문이 떠오른다. 개발이익을 기초자산으로 한다면 원화에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일까? 어떻게 발행하느냐는 나중 문제고, 개발이익 환수는 얼마를 어떻게 하는 것일까, 블록체인이 그에 대한 정당성과 사회적 합의까지 보장해주는 요술봉은 아닌데 말이다. 모든 것을 차치하고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진정성이다. 정부가 코인에 대해 견지해온 태도를 상기한다면 현기증 나는 태세전환 같으니까. 예컨대 유시민 작가는 각종 매체를 통해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단언했으며, 정부 관계자들은 공식 석상에서 “돌덩이”라고 폄훼하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뒤이은 조치들을 두고 청년들이 ‘(박)상기의 난’이라 칭했겠나.

마크 트웨인의 말로 돌아가보자: 곤경에 빠지는 것은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라, 뭔가를 확실하게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문송하다”면서도 비트코인을 사기로 단정했던 유시민은 지금 어떤 입장일까. 유수 기업, 펀드, 미 증권거래위원회까지 사기에 빠져든 게 아니라면, 지금쯤 그가 곤경에 빠졌을 법도 하다. 이재명 후보 역시 자칫 곤경에 처하지 않으려면 일단 화끈하게 공약화하려는 유혹으로부터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문제제기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기술에 대한 무책임한 지원책과 영혼 없는 찬사만 난무했던 선거판에 제대로 된 논쟁을 촉발하는 게 섣부른 공약보다 더 공익적이다. 무턱대고 반대했던 유시민과 ‘합니다’로 돌격하는 이재명, 그 사이 어디쯤에 가야 할 길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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