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나의 월급은 ‘大확행’

임규연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자 2021. 11. 15. 03: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첫 월급을 받아서 본격적으로 돈 굴리기를 시작했다. CMA(자산관리) 계좌에 저축을 시작했고, 생활비와 주거비는 카카오뱅크에 넣어뒀다. 비상금을 만들기 위해 적금도 들었다. 그러고도 꽤 많은 돈이 남아 몇 달 전부터 시작한 펀드에 나누어 넣었다.

2년 전, 구독하는 유튜버의 영상을 보고 주식에 관심을 가졌다. 돈이 돈을 버는 불로소득이라니. 멋있어 보였지만 어차피 남의 일이었다. 그때 난 시험 준비에 모든 시간을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자기 전에는 그 영상을 몇 번이고 다시 봤다. 영상은 자력으로 집을 구한 여성들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영상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사연은 스물아홉 살에 1억을 모은 여성의 이야기였다.

/일러스트

영상에서 소개된 다른 여성은 알뜰폰과 교통 정기권으로 최대한 돈을 아껴서 전세대출 이자를 갚고 있고, 또 다른 여성은 직장에서 버는 월급으로 저축을 하고 전세대출 이자를 갚으면서 야간 아르바이트로 버는 돈을 생활비로 쓴다고 밝혔다.

2년 전에는 그 영상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정기적인 수입이 없었고, 정확히 어떤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싶은지 불확실했기 때문에 막연한 미래일 뿐이었다.

입사가 확정된 이후에 다시 같은 영상을 봤다.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먼저 주식을 시작한 친구가 높은 수익률을 거두어 주식을 권유하던 때였다. 심지어는 생일 선물로 삼성전자 주식을 사 줄 정도로 일단은 해보자고 독려해줬다. 그 성원에 힘입어 몇 달간 주식 공부를 하며 시드머니를 모을 생각이다.

사실 월급을 받은 당일에 사고 싶은 게 많았다. 피어싱을 바꾸고 싶었고, 후드티도 하나 더 사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그것들을 사려고 보니 좀 아까웠다. 장신구나 옷가지는 지금도 많다. 결정적으로 그런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에 기뻐하고 싶지 않았다. 사회인으로 출발한 내게 필요한 건 대확행이다. 크고 확실한 행복. 기성세대의 눈으로 보면 갈 길이 멀어 보이겠지만, 일단 일 년 안에 1000만원을 모을 생각이다. 돈을 모아 우선 전세에 살아야지.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