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대실적 후 주가 추락.. 2018년과 닮았다

최형석 기자 2021. 11. 1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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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월 연속 순매수서 순매도로 돌아선 개미들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뉴시스
그래픽=송윤혜

국내 증시의 ‘대장주’ 삼성전자 주가 부진이 장기화하자 실망해서 삼성전자를 파는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2일 10거래일 동안 개인들은 삼성전자 보통주 2594억원어치를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했다. 이달 말까지 개인들이 계속 팔면, 작년 12월부터 이어져온 개인들의 11개월 연속 삼성전자 순매수 기록이 깨지게 된다.

개인들의 삼성전자 순매도 전환은 좋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주가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8일 3분기에 사상 최대 분기 매출(73조9792억원)과 역대 둘째 분기 영업이익(15조8175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적 발표 나흘 뒤 주가는 올해 처음으로 6만원대(6만9000원)로 떨어졌다. 지난 12일 주가(7만600원)는 사상 최고가였던 지난 1월 11일(9만1000원)에 비해 22.4% 떨어진 상태다. 4분기 이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고 업황이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과거 경험에 비추어볼 때 실망하긴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삼성전자는 실적이 좋았던 2017~2018년 주가가 떨어졌다가 실적이 둔화된 2018년 말부터 거꾸로 주가가 고공 행진했던 적이 있다. 이미 과거가 돼버린 ‘지나간 실적’보다는 곧 현실이 될 ‘앞으로 전망’이 중요한 주가 변수라는 지적이다.

◇실적과 따로 노는 주가

개인들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에 대한 희망을 거두지 않았다. 삼성전자 주가는 작년 11월부터 ‘반도체 수퍼 사이클(장기 호황)’ 전망에 오르기 시작해 상반기 동안 8만원 안팎에서 움직였다.

올 들어 12일까지 외국인(-21조8350억원), 기관(-14조3387억원)이 순매도하는 중에도 개인은 35조132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올해 처음 주가가 6만원대로 추락한 지난달 12일에도 개인은 2조4530억원을 순매수했다. 삼성전자 개인 소액주주는 지난 6월 말 454만6497명으로, 작년 말(215만3969명)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주가가 하락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시가총액 2000억달러 이상 초대형 기업 중 올해 삼성전자보다 주가가 부진한 업체는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규제를 받는 알리바바와 텐센트뿐”이라고 했다.

올 들어 지금까지 개인의 삼성전자 평균 매수 단가는 약 8만403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삼성전자 주식을 산 개인들 중 상당수가 손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올 초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10만원 이상으로 설정한 증권사들은 속속 10만원 아래로 낮춰 잡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 21곳의 삼성전자 목표 주가 평균은 9만5870원(12월 기준)이다. 영업이익이 오는 4분기 15조1000억원에서 내년 2분기 11조원대까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락 후 반등했던 2018년 데자뷔?

실적과 주가가 따로 노는 삼성전자의 최근 주가 흐름이 2017~2018년과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2017년 2분기부터 매 분기 실적 신기록을 경신했고, 2018년 3분기에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17조5749억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주가는 반대로 움직였다. 역대급 실적 발표 직후였던 2018년 11월 1일 주가(4만2150원)는 1년 전(5만7220원)보다 26% 넘게 하락했다. 당시 주가 하락 원인도 향후 메모리 가격 하락 및 업황 악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2018년 4분기 이후 상황은 반전됐다. 실적은 계속 나빠졌지만, 주가는 1년간(2019년 초~2020년 초) 3만원대에서 6만원대로 오히려 두 배 오른 것이다. 신성장 동력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등 비(非)메모리 사업 성장 기대감 때문이었다. 2018년 이후 주가 흐름을 비춰봤을 때 삼성전자 주가가 연말 이후 반등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업 가치 대비 저평가된 주가와 4%대로 금융주보다 높은 배당수익률 역시 추가 주가 하락을 막을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삼성전자의 반등을 위해서는 새로운 계기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많다. 하나금융투자는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고객을 추가 확보하거나 대형 인수·합병(M&A) 등의 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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