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정치인과 연예인의 공통점·차이점

2021. 11. 1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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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정치인과 연예인은 공통점이 많다. 무엇보다 이들은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산다. 대중의 인기는 얼마나 미디어에 자주 언급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기에 탤런트나 영화배우, 가수는 유명세를 유지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미디어 노출을 원한다. 만약 미디어의 언급이 줄어들면 인기 역시 시들해진다. 정치인도 미디어에 자주 나오면 나올수록 지명도가 높아진다. 유권자의 선호도가 높아지면 당선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그러다보니 정치인들은 국정감사는 물론 각종 사회이슈에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알리기 위해 갖가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정치인과 연예인을 흔히 공인(Public Figure)이라고 말한다. 공인은 공직자를 포함, 공적인 논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을 일컫는다. 때로는 법안으로, 때로는 정책으로 국민생활을 간섭하고 규제한다. 연예인에게는 비록 남을 강제할 수 있는 힘은 없지만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정치인 못지않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친다. 사회에서 많은 주목으로 영향력을 갖게 되기 때문에 이들 공인에게는 프라이버시 침해 및 명예훼손에 대한 구제에 어느 정도 제약이 가해진다.

범죄연루 및 스캔들은 연예인에게 치명적 상처를 남긴다. 연예인이 스캔들에 얼마나 취약한지는 최근 불거진 배우 김선호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그는 KBS 예능 '1박2일'에서 순수하고 허술한 성격으로 인기를 끌어왔다. 지난 10월 종영된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 마을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누구든지 도와주는 홍 반장, 홍두식의 역할을 하면서 대세 연예인이 되었다. 하지만 전 여자 친구의 낙태종용 폭로는 그를 방송에서 퇴출시켰다. 이미 촬영했던 1박2일 영상에서도 그의 출연 장면은 편집돼 잘려나갔다. 김선호 뿐만 아니라 '1박 2일' 멤버로 병역 기피 혐의를 받았던 MC몽, 필리핀 원정 도박설에 대한 거짓해명을 했던 신정환 등은 대중의 외면을 받아서 연예생활을 아예 접어야했다. 음주운전을 한 연예인의 경우도 일정기간 방송출연이 금지된다.

반면 요즘 정치인과 공직자에게 비리연루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공직자들은 연예인보다 높은 도덕성과 법률준수 의무를 갖지만 실상은 그러하지 않다. 참여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11일 현재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결과 부동산 불법 투기의혹을 받는 국회의원은 25명에 달한다. 패스트트랙으로 기소 및 재판받는 의원들도 12명이다.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본인 혹은 배우자가 기소된 국회의원은 28명, 부정부패 등 각종 의혹으로 고발되거나 수사 및 재판중인 의원도 12명이다. 모두 77명의 '문제의원'들이 21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셈이다. 이중 윤희숙 의원, 곽상도 의원은 자진 사퇴했으며, 이규민 의원과 정정순 의원은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그러나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후원금을 개인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기소된 윤미향 의원, 400억 원대의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달 보석으로 풀려난 이상직 의원은 국회로 돌아와 매월 꼬박꼬박 세비를 받고 있다. 검찰에 기소된 고위 공무원도 적지 않다.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출국금지 사건 수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로 기소되었지만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도 울산시장 선거개입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정치인과 공직자의 범죄연루를 용인되는 사회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에 나선 유력 후보들의 범죄연루에 대해서도 그리 심각하게 바라보지 않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성남 대장동 개발비리 허가과정의 배임 의혹으로 검찰수사 대상이다. 이 후보는 과거 음주운전과 공무원 자격 사칭,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입건된 전력도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고발사주의혹과 판사사찰문건의 개입 의혹으로 공수처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 후보의 범죄 연루 사실 여부는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아야할지 고심하는 유권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정보이다. 그럼에도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그러는 사이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모두 병 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던 시인 이성복의 1980년대 '그 날' 상황에서 우리 사회는 한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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