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근 칼럼] 해외 자원조달체계 전면 손질해야

차상근 2021. 11. 14. 19: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차상근 산업부장
차상근 산업부장

요소수가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디젤차량 운전자들에게는 그냥 시중에서 파는 생수급의 범용 소비재 정도로 여겨져온 물품이다. 그래서 대다수 일반인들은 그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번처럼 요소수 품귀 사태가 거대한 국내 물류망을 단번에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의아할 지경이다.

요소수는 말그대로 '요소'에 '물'을 섞은 것이다. 작물재배에 흔히 쓰이는 요소비료의 원료인 요소와 순수한 물을 1대 2정도로 혼합한, 생수처럼 투명한 액체이다. 이는 디젤엔진 차량이나 디젤 설비가 디젤연료를 태워 구동할 때 불완전 연소로 뿜어져 나오는 질소산화물을 깨끗하게 하는데 쓰인다. 질소산화물은 기관지염, 폐렴 등 호흡기질환을 유발하며 초미세먼지의 주 원인 물질이자 대기오염의 주원인 물질로 지목받고 있다. 이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물로 환원하는 장치인 '선택적 환원 촉매설비(SCR)'를 디젤엔진에는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 설비의 정상적 구동을 돕는 보조물질이 요소수이다.

이 요소수를 만드는데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토양 지력 보강에 쓰이는 그 흔한 요소에 물을 섞는 비교적 간단한 공정을 거쳐 생산된다. 화물차 운전자들로서는 엔진오일이나 워셔액보다 더 가볍게 대해 온 소모품이다. 그런데 중국에서 요소 수출 중단조치를 취한 지 보름여만에 일본이나 여타 국가들은 조용한데 유독 대한민국만 난리났다. 물류대란에 긴급차량 운행차질, 심지어 쓰레기 대란 나아가 생산설비 가동 중단 가능성까지 '스톱 대한민국'의 우려가 삽시간에 퍼졌다.

정부는 이달초 부랴부랴 공급대책 회의를 열었고 총리가 '아프게 반성한다'는 뜻을 표명했으며 대통령까지 나서서 빠른 사태수습 의지를 밝혔다. 국내 재고분 요소가 계속 확보되고 있고 인도네시아, 호주 등에서 공수하고 있는 데다 중국에서도 긴급물량 통관을 허용해 어느 정도 수습국면으로 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쯤에서 우리가 곱씹어봐야 할 것이 적지 않다. 그 중 해외 조달물자 수급망을 전면적으로 다시 들여다보고 컨틴전시 플랜을 세밀하게 구축하며 수입선 다변화, 생산 내재화를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정부는 해외 의존도가 높고 국민생활 안정에 필요하거나 방위산업 물자의 안정적 생산에 필요한 비철금속, 희소금속 등과 같은 주요 비축물자를 관리하고 있다.

문제는 그 외곽에 있는 물자의 품귀사태가 심심찮게 터지고 있다는 점이다. 불과 얼마 전에도 마스크 공급난을 겪었고 이번에는 요소수 사태이다. 요소는 가격경쟁력 때문에 국내 생산공장이 거의 문을 닫고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물품으로 이런 품목은 부지기수다. 특히 중국 같은 특정국에 의존하는 경우가 상당해 제2, 제3의 범용제품 대란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중 수입품 1만2586개 중 특정국가 의존도가 80%가 넘는 품목은 3941개로 31.3%에 이른다. 그 특정국의 재난이나 정치외교적 기조변화, 경제정책의 변화 등에 따라서 우리 산업이나 일상생활이 어려움에 처하는 '나비효과' 개연성이 도처에 산적해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미 사드사태와 한일무역분쟁 등을 통해 글로벌공급망(GVC) 재편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1억1600만달러 어치의 요소를 수입했지만 수입시장은 동남아, 중국 등으로 다변화해둔 상태여서 이번 중국의 요소수출 중단에 전혀 타격을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10여년 전 중국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분쟁을 겪으면서 전략물자인 희토류에 대한 중국 금수조치에 백기를 든 전례가 있다. 이를 계기로 일본 정부는 해외 조달물자에 대한 수입선 다변화를 빠르게 진행시켰고 자국 내 자급능력도 키워 왔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정부예산 심사과정에서 자원안보진단체계, 시스템 구축 및 운영 관련 예산으로 준비한 10억원 조차 반영하지 못했고 올해도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온나라를 북새통으로 만든 요소수사태가 사후약방문 같은 정부의 응급대처로만 끝날 지 이번에도 지켜볼 뿐이다.

차상근 산업부장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