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2030 청년층의 표심, 아무도 모른다
정치권에서 청년이라는 단어가 회자된다는 것은 선거가 가까워졌다는 의미다. 대선을 100여 일 앞둔 현재, 여의도 정가의 최대 화두도 역시 2030으로 대표되는 청년이다. 내년 대선 결과를 가를 스윙보터라는 이름표와 그들의 표심을 얻겠다며 쏟아지는 공약들은 이들에 대한 관심을 증명한다.
보수나 진보로 기운 다른 연령층에 비해 유동층이 많다는 것과(11월 11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에 따르면 20·30대의 지지 유보(없다+모름/무응답) 비율은 31%와 26%로 집계. 타 연령층은 10%대), 그리고 그 숫자가 전체 유권자의 32.7%(2021. 10 주민등록인구 기준 18~39세 비중)로 적지 않다는 것이 청년에 대한 관심의 배경이다.
누구도 속 시원한 답을 못 내놓은 2030 표심의 이유
홍 의원이 왜 '청년의 아이콘'으로까지 불리며 많은 지지를 받았을까. 지금껏 속 시원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청년의 아닌 장년층의 분석은 결과에 꿰맞춘 듯 피상적이었다. 청년층 스스로의 분석은 하나하나 새겨들을 필요가 있었지만, 어느 하나로 집약되지는 않는 듯했다.
이유를 설명하겠다며 '세대 계급론'까지 동원됐지만,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과 스펙을 갖춘 청년들 중 많은 사람들이 왜 홍 의원을 지지했냐는 질문을 답하지는 못 했다. 홍 후보 캠프 관계자들 역시 2030의 호응에 놀라워하면서도 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는 못 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불과 석 달 전 만해도 표심은 지금과 달랐기 때문이다.
석 달 전에는 지금과 달랐던 2030 표심
반면,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서 홍 의원으로부터 398 후보(한 여론조사 기관의 20~40대의 보수 후보 적합도 조사 지지율이 각각 3, 9, 8%로 집계된 걸 이르는 말)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들었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13%의 20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15%로 가장 높았다.
9, 10월 지나며 홍준표 의원에게 급속히 쏠린 청년 표심
30대 지지율도 이재명·윤석열 후보와 홍준표 의원이 각각 29%, 9%, 11%로 이재명 후보가 선두를 차지했지만, 윤석열 후보와 홍준표 의원은 변동을 보였다. 보수 후보 적합도 조사에선 홍준표 의원이 20·30대에서 각각 18%와 25%를 지지를 받아 14%와 12%의 지지를 받은 윤석열 후보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인 10월 14일 발표된 여론조사는 1대1 가상 대결로 이뤄졌다. 홍 의원은 20·30대에서 각각 36%와 44%의 지지를 얻어 이재명 후보(각각 30%와 39%)를 앞섰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게 20·30대에서 14%포인트와 26%포인트 각각 뒤지며 열세를 보였다.
공약이 청년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까
이 부분은 관점 전화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홍 의원이 청년층의 지지를 이끌어 내었다기보다는 청년들이 홍 의원을 선택할 결과로의 관점 전환이다. 말장난 같아 보이지만, 인위적으로 지지를 이끌어 냈다는 것과 선택을 받았다는 건 분명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 2030은 왜 몇 달 만에 홍 의원을 선택했을까. 역시 속 시원한 답을 찾긴 어려운 질문이지만, 시간 순으로 벌어진 일들을 배열하면 이유를 일부 추정할 수는 있을 듯하다. 청년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당 대표에 당선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후보는 8, 9월을 지나며 서로 갈등하는 것처럼 비춰졌다. 중진들의 당 대표 흔들기가 더해지면서, 정치 신인인 윤 후보는 신인이기보다는 외려 중진과 한데 묶이는 것처럼 비췄다.
청년의 홍준표 지지는 이준석 지지층이 투영된 결과일까
이와 관련해 윤 후보와 이 대표는 "갈등설은 오해"라고 한 목소리로 이야기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정치권 인사들은 거의 없다. 특히, 야권 인사들 중에는 "두 사람의 갈등은 실체가 있고, 두 사람 사이의 앙금도 남아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선대위 구성을 둘러싼 최근의 신경전은 갈등설이 표면화되는 것으로 이해되기도 하는데, 윤 후보의 청년 표심 공략이 순탄치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이다.
청년층에 요란하지 않게 다가선 홍준표
홍 의원을 지지한다는 2030에게서는 "내 이야기를 듣고, 반응해주는 것 같다"거나 "어차피 정치인들이 지키지도 못할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홍 의원은 속 시원하고 재밌게라도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후자와는 결이 다르지만, '경청과 반응'을 말한 앞선 이야기는 과거 청년 멘토로 불리며 문화적 현상을 낳았던 2012년의 '안철수 현상'과 닮았다고 할 수 있다.
허황된 공약보다는 태도, 이벤트보다는 진정성
또 하나, 홍준표 의원 사례를 통해 청년층이 중시하는 건, 경청과 반응성으로 대표되는 태도와 화법일 수 있다고 추정할 수도 있다. 이런 추정에 따를 때, 매주 버스에 청년을 태우거나 갑자기 "민지야"를 외치는 등의 인위적인 이벤트로는 청년의 마음이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다. 제대로 된 경청 없는 반응은 200조 원 가까이 쏟아부었지만 성과는 제로(0)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저출산 대책과 같은 공약 제시로 귀결될 수도 있다.
지금껏 청년은 매 선거 때마다 소환됐지만, 반복적으로 소비만 되어 왔다. 정치권은 청년을 손에 쥐려고 했지만, 마치 유통기한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선거가 지나면 으레 청년을 손에서 놓아버렸다. 선거 때만 되면 정치권에서 청년이 회자된다는 건 평소 정치권이 청년에게 관심이 없었다는 반증이다. 득표를 위한 일시적 접근 아닌, 진정으로 청년의 아픔에 귀 기울이겠다는 자세, 그리고 천천히 가더라도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는 노력. 청년의 선택을 받을 방법은 불분명하지만, 진정성이 빠진 이벤트로 청년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는 건 분명하지 않을까.
♦ 정확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윈회 홈페이지(https://www.nesdc.go.kr/)와 전국지표조사 홈페이지(
[ https://www.nesdc.go.kr/ ]http://nbsurvey.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http://nbsurvey.kr/ ]
박원경 기자seagul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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