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토론의 계절, '좋은 토론'은 무엇인가

김인회 2021. 11. 14.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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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위에는 토론이 참 많다.

텔레비전과 라디오는 거의 매일 토론 프로그램을 편성한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금 정치 토론은 더 중요하다.

이런 현상이 거의 매일, 거의 모든 토론에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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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선 좋은 주제를 선택해야 한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토론의 주제로 마땅한 것은 우선 세 가지다. 평화·인권·환경이 그것이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10월27일 오후 강원 춘천시 동면 G1 강원민방에서 열린 강원지역 합동토론회에 참석해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원희룡, 유승민, 홍준표 후보. ⓒ연합뉴스

우리 주위에는 토론이 참 많다. 텔레비전과 라디오는 거의 매일 토론 프로그램을 편성한다. 전문가들의 토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퇴근 후 술자리에서도 토론이 벌어진다. 시민들의 지적 수준이 높은 만큼 토론 주제도 다양하다. 그중에서 최고는 역시 정치 토론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금 정치 토론은 더 중요하다. 토론은 토론자의 수준을 보여준다. 주제에 대해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는지, 주제를 얼마나 교양 있게 표현하는지 보여준다. 즉 토론을 보면 후보의 지식과 인품이 드러난다. 이를 통해 유권자들은 지식을 넓히고 정책을 선택하고 지지 여부를 결정한다. 특히 인품과 자세는 지도자의 핵심 자질이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정치 토론은 수준이 높지 않다. 정치인들이 전문가나 시민들에 비하여 낮은 수준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정치인이라고 완벽하지는 않으므로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나 시민들보다 나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는 예외여야 한다. 토론장에서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상대방을 비난하는 데 급급하고 성질을 낸다. 상대방의 답변은 아예 듣지도 않는다. 토론이 끝나면 고소·고발을 한다. 이런 현상이 거의 매일, 거의 모든 토론에서 등장한다. 걱정스럽다. 정치지도자의 자질이 한국의 운명을 결정하고 직장·가족·개인의 행복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토론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좋은 주제를 선택해야 한다. 지금 이 땅에서 사는 사람들의 고통을 줄여주는 것이 좋은 주제다. 고통을 일시적으로 잊게 하는 진통제와 같은 것이 아니라 근원적으로 없애주거나 줄이는 주제가 필요하다.

성장 일변도의 정책은 곤란하다. 지금 겪는 고통이 성장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단군 이래 가장 풍요롭지만 가장 불안한 시대다. 개인과 기업, 국가가 엄청난 부를 쌓았지만 불안에 어쩔 줄 몰라 한다. 너무 불안해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시 투자한다. 심지어 돈을 빌려 투자한다. 하지만 부동산·증권·비트코인·금에 투자한다고 불안이 사라질 리 없다. 욕망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고통을 줄여주는 문제 중 토론의 주제로 마땅한 것은 우선 세 가지다. 평화·인권·환경이 그것이다. 인간의 생존과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들이다. 국가가 전력을 기울여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전쟁, 특히 핵전쟁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한국·북한·중국·일본의 동아시아가 군비 경쟁에서 벗어나는 것은 절박한 주제다. 평화는 삶의 기초이자 인권의 출발점이다. 한국의 생존조건이기도 하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자신을 절제해야 한다

인권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근본 주제다. 현대사회는 자본을 위해 인간을 소외시키고 희생시킨다. 자본의 갑질은 빙산의 일각이다. 갑질을 막으려면 인권 보장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야 한다.

환경은 국가적이면서 국제적인 문제다. 타인과의 공존, 다른 종과의 공존, 지구와의 공존을 위해서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 환경보호가 늦으면 인류와 지구가 절멸될지도 모른다.

이 세 가지 주제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상대방이 있다는 것이다. 세 주제를 해결하려면 상대방을 존중하고 자신은 절제해야 한다. 평화는 상대 국가가 있고, 인권은 상대 개인이 있으며, 환경은 지구라는 대상이 있다. 토론도 상대방이 있다. 평화·인권·환경을 주제로 이야기하면 토론 상대방도 존중하고 자신은 절제하게 된다. 좋은 토론 주제는 좋은 토론 자세를 낳는다.

정치 토론 전문가, 정치지도자들에게 간곡히 당부한다. 먼저 좋은 주제를 찾고 존중과 절제의 자세로 토론할 것을 부탁한다. 이것은 토론자 자신에게도, 공동체에도 좋은 일이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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