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놀식당, 아이들에게 만만한 밥친구가 되고 싶어

군포·이은기 기자 2021. 11. 14.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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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6일 경기도 군포시 당동, 초·중학교 학생들이 '하나, 둘, 셋' 소리에 맞춰 긴 줄을 힘껏 끌어당겼다.

끈과 함께 하얀 천막이 떨어지자 '군포 아동청소년전용식당 1호점 밥먹고놀자(밥놀식당)'라고 적힌 간판이 드러났다.

"군포시에도 엄청 으리으리한 아동청소년 시설이 있는데 아이들이 안 간다. 왜 그럴까? 눈치를 주는 어른이 있어서다. 밥놀식당은 아이들에게 만만한 공간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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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이명익

10월16일 경기도 군포시 당동, 초·중학교 학생들이 ‘하나, 둘, 셋’ 소리에 맞춰 긴 줄을 힘껏 끌어당겼다. 끈과 함께 하얀 천막이 떨어지자 ‘군포 아동청소년전용식당 1호점 밥먹고놀자(밥놀식당)’라고 적힌 간판이 드러났다.

밥놀식당은 2019년 10월 시작한 군포 ‘맘마미아 푸드트럭’의 실내판이다. 헝겊원숭이운동본부 김보민 이사장(52)은 군포시주몽종합사회복지관, 마을기업 좋은터 등과 함께 맘마미아 푸드트럭을 운영한다. 매주 화요일 군포시 산본1동 노루목공원과 당동 교전어린이공원을 번갈아 찾으며 어린이, 청소년과 따뜻한 밥을 나눠 먹는다(〈시사IN〉 제647호 ‘배고픈 아이들 위한 밥 거점이 필요하다’ 기사 참조). 푸드트럭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혼란이 극에 달했던 지난해 2~3월을 제외하곤 멈춘 적이 없다. 격주로 나누던 음식을 도시락에 담아 매주 배포하면서, 오히려 더 자주 아이들을 만났다.

2010년부터 군포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했던 김 이사장은 맘마미아 푸드트럭 사업 이전에도, ‘방학 중 맛있는 한 끼’ ‘엄마품 멘토링’ 같은 아동·청소년 지원사업을 꾸렸다. 김 이사장은 “아이들은 배부르게 밥 먹고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어른들이 곁에 있을 때 안전하고 편안하다고 느낀다. 아이들이 먹는 일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푸드트럭 운영은 고된 일이었다. 매주 조리한 음식을 나르고, 천막을 치고, 테이블을 폈다. 추울 땐 식은 음식을 줄 수밖에 없어 마음이 아팠다. 밥놀식당에선 김 이사장도 아이들도 더 편하게 머물 수 있다.

우려는 없을까. 산본1동, 당동 두 군데에서 운영하던 푸드트럭을 당동 밥놀식당으로 합치면서 산본1동 아이들이 마음에 걸렸다. 김 이사장은 ‘거점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애초 푸드트럭을 지역아동센터, 청소년 시설 등 거점이 없던 공간에 세웠다. 현재는 당동 밥놀식당을 포함해 4곳으로 늘리기 위해 협의 중이다. “제 꿈은 아이들 집에서 10분 거리에 언제든지 가서 밥을 먹고 고민거리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는 거다. 거점을 촘촘하게 둬야 낙인감도 훨씬 적고 마음 편하게 갈 수 있다.”

밥놀식당은 당분간 격주로 공원과 식당을 오가며 운영한다. 정식 운영은 내년 초 시작할 계획이다. 푸드트럭 운영단 대표 군포초등학교 6학년 유 아무개 학생은 밥놀식당 개소식에서 “항상 열려 있고 마음껏 놀다 갈 수 있는 공간, 항상 재밌게 놀아주고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선생님이 계신 공간이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유 아무개 학생의 말을 마음에 새겼다. “군포시에도 엄청 으리으리한 아동청소년 시설이 있는데 아이들이 안 간다. 왜 그럴까? 눈치를 주는 어른이 있어서다. 밥놀식당은 아이들에게 만만한 공간이 되면 좋겠다.”

군포·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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