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AL LIVE] 유럽 축구 역사상 단 한번도 강등되지 않은 팀: 빌바오의 원동력

배시온 2021. 11. 1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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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배시온 기자= “축구는 개인이 아닌 팀 스포츠다”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 중심 도시인 빌바오. 그리고 이곳을 연고하는 팀 아틀레틱 빌바오는 현재 프리메라리가에 참여 중인 바스크 지방 연고 세 팀 아틀레틱 빌바오, 레알 소시에다드, 에이바르 중 가장 긴 역사와 독특한 순혈 정책을 자랑한다. 34만명이란 많지 않은 인구 속에서도 바스크 지역 출신 선수만으로 팀을 꾸리지만 좋은 성적까지 낸다. 순혈주의는 지역색이 강한 바스크 지방의 독립성과 경쟁력을 보여주는 방법이면서도 다른 지역 선수들을 제한하는 것에 한계를 갖고 있단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빌바오는 왜 이런 정책을 유지하는 것일까. 빌바오는 설립 당시 영국인들과 지역 학생들이 함께 만든 팀이다. 그렇기에 1900년대 초반까지 빌바오에 소속된 영국 선수들이 있었다. 하지만 1911년 코파 델 레이 당시 레알 소시에다드, 바르셀로나와 같은 팀들은 외국인 선수 규정을 위반했다고 항의했고 이때문에 빌바오는 당시 대회에서 우승했음에도 잠깐 우승컵을 반납했던 시간도 있었다. 이 사건 후 빌바오 구단 수뇌부들은 “이제부터 바스크 지방 출신 선수들만 받아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 철학은 지금까지 이어졌다.

애초에 지역 선수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선수 영입이 많이 이뤄지지 않는다. 빌바오가 유럽 이적시장 주인공이 되는 경우 역시 거의 없다. 지난 2018년, 지역 라이벌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유니폼을 갈아입은 이니고 마르티네스가 이적시장을 들썩이게 한 후로 2020년, 1년 8개월만에 팜플로나 출신 알렉스 베렝게르(토리노)를 영입한 것이 빌바오의 마지막 이적시장 행보다.

스타 선수의 영입은 고사하고 스쿼드를 보강할 선수 영입조차 뜸한 빌바오는 1898년 설립 후 단 한 번도 스페인 1부 무대를 떠난 적이 없다. 이는 유럽 무대를 보더라도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인터밀란과 빌바오 단 네 팀만이 갖고 있는 기록이다. 심지어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 유럽 대항전 무대에서도 모습을 보이고 최근 2년 연속 코파 델 레이 결승전에 진출하며 결코 약하지 않은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단점이 뚜렷해보이는 이 정책을 고집하면서도, 이를 뛰어넘는 장점을 보여주는 빌바오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un club de cantera (칸테라의 구단이다)”. 최근 골닷컴 코리아가 빌바오 훈련장 레자마(Lezama) 방문 당시 빌바오 스포츠 디렉터이자 스카우팅 책임자인 안도니 아야르자가 한 말이다. 빌바오는 이적시장에서 큰 돈을 쓰지 않는 대신 유소년 육성에 많은 투자를 기울인다. 1971년 레자마 설립 후 최고의 바스크 지방 선수들을 육성하고 보다 좋은 시설과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레자마엔 빌바오의 상징 아치형 건축물을 중심으로 8개의 훈련장이 있다. 천연 잔디 구장 네개, 인조 잔디 구장 네개가 각각 있어 프로팀과 연령별 유스팀, 여자축구팀이 적절히 이를 이용한다. 뿐만 아니라 구단 내 피트니스와 재활 회복실 등은 스페인 내 구단 중에서도 최고로 꼽힌다.

여기에 빌바오는 독특한 유소년 훈련 시스템을 자랑한다. 스페인 유소년 시스템은 연령별로 후베닐, 카데테, 인판틸, 알레빈이 있고 시기에 맞는 훈련과 교육이 이뤄진다. 하지만 모든 빌바오 유소년 팀들이 갖는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한 단계 위 유소년 팀과 경쟁하는 시스템이 구축된 것이다. 예를 들면 2021년 카데테 A팀이 2020년 카데테A팀과 경기하는 식이다.

아야르자 스포츠 디렉터는 “어린 선수들이 승리를 위한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고 이 시스템을 설명했다. 승리도 중요하지만 이 훈련 방식의 핵심은 선수 본인이 개개인의, 혹은 팀의 난관을 이겨내는 것이다. 아야르자 디렉터는 “경기에서는 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배움이 있다. 특히 한 학년 높은 선수들과 경기를 하면서 개인의 실력을 더 발전시키는 것이 이 시스템의 본질이다. 경기 승패 여부와 상관없이 더 뛰어난 선수와 겨루면서 본인이 발전하는 것을 직접 느끼고 하루하루를 즐기도록 만드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골키퍼 역대 최대 이적료를 기록한 첼시의 케파 아리사발라가, 맨체스터 시티에서 활약 중인 수비수 아이메릭 라포르테도 빌바오 아카데미 출신이다. 물론 빌바오 현재 1군 스쿼드의 대다수 선수들도 레자마에서 훈련을 거쳤다. 빌바오는 2020/21시즌 유럽 5대리그 클럽 중 구단 유소년 출신에게 가장 많은 출전 기회(50.9%)를 준 구단으로 꼽히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선수 공급에 대한 한계로 이 철학을 고집하는 것이 지속가능한지에 의문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구단은 이 시스템이 건강한 미래를 제시한다고 자부한다. 세계적인 수준의 아카데미가 구단의 미래를 만들어가는데 튼튼한 기반이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런 믿음과 독자성은 결국 빌바오가 갖고있는 정체성이자 성공으로 돌아왔다.

(사진= 라 리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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