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서울 동대문서 대규모 집회 강행..일대 교통혼잡[종합]

2021. 11. 1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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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법 전면 개정·파견법 폐지" 촉구
주최 측 추산 2만명 집결..큰 충돌은 없어
집결 과정서 시민들과 실랑이
시위대 일부 마스크 벗고 흡연
13일 서울 종로구 흥인지문사거리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해 있다. 김영철 기자

[헤럴드경제=신상윤·김영철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13일 오후 2시30분께 2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종로구 흥인지문사터리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강행했다. 지하철 동대문역 인근에서는 교통 혼잡이 빚어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민주노총은 해당 집회를 통해 노조법 전면 개정과 파견법 폐지 등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집회는 약 1시간 30분만인 오후 4시께 마무리됐다.

민주노총이 집회 장소로 평화시장이 있는 동대문역 인근을 선택한 이유는 실리와 명분을 함께 챙기기 위해서로 보인다.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방역 통제와 차벽을 피하면서, 대규모 집회에 따른 여론 부담을 의식해 광화문 같은 핵심 도심은 피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전태일 열사 50주기에 맞춰 상징적인 장소를 택해 집회 명분도 함께 챙긴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민주노총은 지난 7월 3일 전국노동자대회는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에서, 10월 20일 총파업은 서울 서대문구 지하철 서대문역 인근에서 진행한 바 있다. 두 곳 모두 경찰의 주요 차단선 외곽이다.

13일 서울 종로구 흥인지문사거리 일대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전국노동자대회. 경찰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맞서고 있는 모습. 김영철 기자

민주노총은 이날 여의도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정부와 서울시에서 끝까지 불허하자 오후 1시께 동대문 인근으로 대회 장소를 기습적으로 공지하고 일사불란하게 집결했다. 경찰도 함께 이동하면서 흥인지문사거리 등에서 는 교통 혼잡이 빚어져 한때 도심 차량 운행 속도가 시속 12㎞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노선버스들도 무정차 통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회 자체는 큰 충돌 없이 진행됐다. 시위대는 예고한 장소에서 모두 마스크를 쓰고 행사를 진행했고 돌발적인 이동도 하지 않았다. 인근 종로구 전태일다리로 이동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오후 4시께 행사를 마치고 해산했다.

다만 집결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가 시민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동대문역 인근인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쪽에서 풍물놀이패를 맡은 조합원들이 꽹가리 소리를 내며 등장하자, 일부 시민은 흠칫 놀라는 표정이었다. 시민 오모(57) 씨는 "갑자기 두건 쓴 사람들이 수백명 모여 있어서 너무 복잡하다"며 "장 보고 집에 가는 길인데 흥인지문 횡단보도 꽉 막혀서 지나갈 틈이 없다. 인근 지하철 동묘역 쪽이 우리 집인데 뭔 난리인지"라고 했다.

고교생 신모(17) 군은 "코로나 상황인데 많이 모여 있으니 매우 걱정스럽고 불편하다. 코로나 걸리기 딱 좋아 보인다"며 "DDP 인근에서 친구들과 만나기로 했는데 도로를 점거해서 지나가질 못하겠다"고 걱정했다.

곳곳에서 시위대 일부가 마스크를 벗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포착됐다. 한 한의사는 자신의 병원 앞에서 흡연하는 노조원에게 "다른 곳에 가서 피워 달라"며 안내하기도 했다.

시위대 일부는 경찰과 사소한 다툼을 빚기도 하고, 서울시와 경찰의 집회금지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오후 3시10분께에는 동묘역 방향에서 흥인지문으로이동하는 사복 경찰에게 한 조합원이 "여긴 우리가 신고한 집회 장소다. 경고하는데, 물러나라"며 저지를 시도했다.

집회에 참가한 대학생 양모(22·여) 씨는 "현재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시행 중이고, 민주노총도 방역수칙 잘 지키겠다고 했다"며 "실제 야구장에서도 수천명 관중들 치킨 먹으면서 참관하는데 노동자들에겐 너무 가혹하다"고 했다. 이어 "여긴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삶을 걸고 나온 자리"라며 "경찰들이 이런 분들을 막는 것부터 현 정부가 이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충분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13일 서울 종로구 흥인지문사거리 일대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전국노동자대회 도중 일부 조합원이 마스크를 내리고 담배를 피우고 있다. 김영철 기자

경찰도 불법 집회를 해산하라는 경고 방송은 했지만, 시위대 후미에서 돌발 행동을 감시하는 정도만 하고 있어 아직까지 이렇다 할 충돌은 없는 상황이다. 앞서 경찰은 이날 도심 곳곳에 차벽과 임시검문소를 설치하고 광화문 세종대로 등 진입을 막는 데 주력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행사에서 낭독한 결의문에서 "불평등을 타파하고 평등 사회로가는 길에 전태일 열사는 110만 조합원의 심장에 영원히 살아 숨 쉬고 있다"며 "51년 전 노동자 대투쟁의 새 역사를 열어젖혔던 열사의 정신을 계승해 근본적인 사회 대전환 투쟁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 정부를 항해 "촛불에 배신당한 지난 5년"이라며 "부동산 폭등으로 사상 최악의 부익부 빈익빈 시대를 맞닥뜨렸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약속 폐기에 민주노총 위원장을 가뒀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노총은 노조법 전면 개정을 통해 복수노조, 산별교섭, 원청 사용자와 교섭할 권리가 확대돼야 하고 5인 미만 사업장과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까지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을 완전히 없애고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ken@heraldcorp.com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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