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 사망.. 지옥으로 전락한 랩스타의 공연

이현파 2021. 11. 1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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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트래비스 스캇, 안전불감이 부른 참사

[이현파 기자]

 
 지난 11월 5일 아스트로월드 페스티벌에서 공연 중인 트래비스 스캇, 이날 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 Erika Goldring/WireImage
지난 5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NRG 파크에서 열린 아스트로 월드 페스티벌에서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 수많은 관객이 동시에 앞으로 몰려들면서 8명이 사망했고, 3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휴스턴 당국은 중태에 빠진 부상자들을 고려했을 때,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공연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사상자를 낸 공연으로 기록되었다.

아스트로 월드 페스티벌은 래퍼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이 개최한 축제다. 메트로 부민(Metro Boomin), 토로이모이(Toro Y Moi), 로디 리치(Roddy Rich), 릴 베이비(Lil Baby), 시저(SZA) 등 여러 뮤지션들이 릴레이로 공연하는 방식으로 펼쳐진 페스티벌이었다. 이 페스티벌을 개최한 트래비스 스캇은 현세대 가장 성공한 래퍼 중 한 사람이다. 노래와 랩을 섞은 듯한 싱잉랩, 싸이키델릭의 영향을 받은 트랩 음악 등 랩 음악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스타다. 나이키 등 패션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통해 칸예 웨스트의 계보를 잇는 패셔니스타로 올라서기도 했다.

트래비스 스캇이 이 페스티벌의 무대에 선 것은 오후 8시 45분이었다. 슈퍼스타의 등장에 흥분한 수만 명의 관객들이 앞을 향해 돌진했다. 특별 게스트인 드레이크(Drake)가 등장하면서 관객의 흥분은 극에 달했다. 영상에 담긴 공연장의 모습은 혼란 그 자체다. 아수라장을 목격한 팬이 스태프가 있는 촬영대로 올라가 공연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묵살당했다. 사망자의 대부분은 20대 이하의 관객들이었고, 중태에 빠진 부상자 중에는 부모를 따라 공연장을 찾은 9살 어린이도 있었다. 

'예측할 수 있었던 비극'
 
 아스트로월드 페스티벌 참사에 대한 트래비스 스캇의 공식 성명문
ⓒ Travis Scott Twitter
트래비스 스캇은 공식 성명과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공연 당시 상황을 잘 알지 못했으며, 황폐화된 것 같은 마음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트래비스 스캇은 휴스턴 당국과의 협력을 통해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사망자들의 장례식 비용을 지불하고, 공연의 환불, 관객들에 대한 심리 상담 지원 역시 약속했다. 11월 13일로 예정되었던 'DAY N VEGAS' 페스티벌의 출연 역시 취소했다. 

이 공연에 참석한 마누엘 소우자는 공연 다음 날, 트래비스 스캇과 주최사인 스코어모어, 라이브네이션 등을 상대로 100만 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 참사는 '예측할 수 있고, 예방할 수 있었던 비극'이었다는 것이다.

과거 트래비스 스캇은 아칸소 주에서 열린 'Walmart Arkansas Music Pavilion' 공연 이후에도 폭동 선동 혐의로 체포된 적이 있다. 발코니에 매달린 팬에게 뛰어내리도록 주문해 논란에 휩싸인 적도 있다. 트래비스 스캇의 공연은 프로레슬링을 연상시킬 만큼 격렬하고 강도 높기로 유명하다. 불규칙적인 동작의 '모슁', 그리고 트래비스 스캇이 직접 관객들에게 뛰어드는 다이빙은 그의 공연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트래비스 스캇은 자신의 공연에서 과격한 공연 문화를 적극적으로 권했고, 그것을 미덕으로 삼았다.

물론 모슁이나 다이빙은 록 공연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오래된 문화다. 그러나 즐거움은 안전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여기에는 언제나 통제와 약속이 존재해야 한다. 트래비스 스캇의 공연장에는 이것이 모두 부재했다. 보안 인력과 의료팀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등장했다. 아티스트의 책임 역시 크다. 이미 공연장이 혼란에 휩싸인 상황이었으나, 트래비스 스캇은 구급차가 등장할 때까지 공연을 계속 이어나갔다. 관객을 자극하는 멘트 역시 계속되었다. 
   
 지난 11월 5일, 트래비스 스캇의 공연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관객, 이 모습은 SNS를 타고 전세계로 퍼졌다.
ⓒ 트위터(@Ashmelym)
   
트래비스 스캇의 대표작은 < ASTROWORLD >(2018)다. 이 앨범의 이름은 그가 어린 시절 살았던 텍사스 휴스턴의 폐쇄된 놀이공원에서 따온 것이다. 그가 개최한 '아스트로 월드 페스티벌' 역시 이 이름을 그대로 따 왔다. 'ASTROWORLD'의 제작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트래비스 스캇 : 날 수 있어>에서 트래비스 스캇은 '아스트로월드'의 컨셉은 자신이 행복한 순간을 모은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현재 아스트로월드는 행복의 공원이 아니라, 트라우마를 소환하는 지옥으로 전락했다. 

이 참사를 보면서 1969년 알타몬드 페스티벌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당시 공연에 나선 롤링 스톤즈는 당시 공연장의 경호를 폭력 조직인 헬스 엔젤스에게 맡겼는데, 이것이 화근이 되었다. 롤링 스톤즈의 공연 도중, 흑인 관객 메레디스 헌터가 경호팀의 칼에 찔려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히피 문화가 급격한 쇠락기에 접어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21년의 아스트로월드와 1969년의 알타몬드는 겹쳐 보인다. 졸속의 행사 진행, 아티스트와 관객, 그리고 스태프의 안전불감증이 맞물려 참극을 낳았다는 점이 그렇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공연장의 감각을 되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전을 앞서는 가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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