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백신 부작용 인정 0.13%

김민철 논설위원 2021. 11. 13.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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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9일 화이자 1차 백신 접종 후 몇 시간 뒤 남편을 떠나보냈습니다.’ 지난 9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 제목이다. 이 글은 “남편은 평소 건강했는데 백신과 인과관계가 없다는 부검 결과를 받았다”며 “접종 당일 사망했는데 어떻게 접종과 연관이 없다는 것이냐”고 했다. 청와대 청원에는 이와 비슷하게 백신 부작용이 심각한데 접종과 무관하다는 통지를 받아 억울하다는 글이 이달 들어서만 18건 올라와 있다.

▶지난 10일 국회에는 백신 접종 뒤 숨지거나 심각한 부작용을 겪은 피해자 가족들이 모였다. 이들은 보건 당국이 우리보다 먼저 접종한 국가에서 밝혀진 이상 반응만을 근거로 인과성을 소극적으로 판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상 이전에 “왜 죽었는지 이유라도 좀 알자”는 호소도 많았다. 질병관리청 담당 국장이 가족들에게 현실적인 어려움을 전하다 다리에 힘이 풀려 잠시 주저앉기도 했다.

▶12일 현재 코로나 백신 접종 완료율은 전체 인구 대비 77.6%, 18세 이상 인구로는 90%다. “접종 부작용이 나면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지겠다”는 말을 믿고 국민들이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한 결과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 의심 신고는 사망 신고 1233건을 포함해 모두 36만5878건이다. 이 중 인과성을 인정받은 경우는 사망 2건, 중증 5건, 아나필락시스 470건 등 477건(0.13%)에 불과하다. 백신은 치료제와 달리 멀쩡한 사람이 예방 차원에서 맞는 것이다. 그런데 심각한 부작용을 겪었는데 보상도 안 해준다니 당사자들은 열불이 나는 심정이다.

▶이번 코로나 백신은 개발 기간과 임상 시험 기간이 짧아 알려지지 않은 이상 반응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10~20년 맞아온 백신과는 보상 체계도 달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한 예방의학 전문가는 “코로나 백신은 누구도 전문가라고 말할 수 없다”며 백신 접종과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그레이 존(회색 지대)’에 대한 보상도 전향적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백신 접종과 무관한 것이 밝혀지지 않는 한 보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12일 코로나 백신 접종과 이상 반응의 인과성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코로나 백신 안전성위원회’가 출범했다. 이 위원회에서 백신 접종 피해자 가족들의 억울한 심정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도록 인과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기준을 마련하기 바란다. 정부는 그동안 몇 번이나 재난지원금으로 수십조를 썼다. 그런 정부가 유독 접종 부작용 보상에는 소극적인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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