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길[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21〉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새는 우리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새를 부러워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새가 부럽다.
우리는 새가 아니라 자유롭게 비상하고 싶은 나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위선환(1941∼)
새는 우리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새를 부러워한다. 부럽다는 감정은 나에게 없는 것, 그렇지만 내가 바라는 것을 남이 가지고 있을 때 생겨난다. 돈도 없고 차도 없는 새가 부러울 이유가 있을까. 있다. 새에게는 우리에게 없는 것이 있다. 그에게는 날개가 있고 비상이 있으며 하늘이 있고 자유가 있다. 정작 새는 스스로를 자유롭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새가 부럽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새가 부럽다기보다 훌훌 털고 날아오를 자유가 부럽다. 부러운 것을 보면 자유란 분명 귀한 덕목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항상 길을 걸어간다. 사람에게 허용된 인도가 따로 있고, 보행자 통로가 따로 있고, 우측 보행이라는 법칙도 따로 있다. 공교육을 거쳐 직장인이 되어 자식 낳고 사는 것도 길을 따라가는 일이다. 보이지 않는 길, 보이는 길이 겹쳐지고 반복되어 사람의 인생을 만든다. 그런데 이 길이 때로 숨 막힐 듯 답답할 때가 있다. 남들이 이쪽이 좋다, 여길 가야 한다 말하는 길을 걷는 것이 의문스럽기도 하다.
이 시인에게도 그런 때가 있었나 보다. 지상에 다리가 묶인 시인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손가락을 들어 새의 흔적을 가리키는 것 정도다. 반대로 새는 거침없이 날아오른다. 길이 없는데도 개의치 않는다. 사실 새는 일종의 상징이요, 계기일 뿐이다. 우리는 새가 아니라 자유롭게 비상하고 싶은 나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이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박원주 靑경제수석 ‘월성원전 피의자’ 논란… 檢 “계속 수사중”
- [사설]이재명 “전 국민에 가상자산 지급”… 코인투기 판 깔 셈인가
- [사설]국민의힘 내부서도 “윤석열 부인 논란 털고 가야”
- [사설]6개월 남은 정권이라도 ‘월성원전 피의자’ 경제수석 안 된다
- “송영길 앞장서면 안돼” “이준석 퇴출”… 與野 ‘대표 리스크’ 시끌
- ‘매타버스’ 올라탄 이재명 “꼼수 위성정당 사과…당 완전히 바뀔 것”
- 윤석열 “비핵화 위해 남북미 상시회담…현재는 종전선언 반대”
- 이준석 “이재명, 尹 가족 건드렸으니 나도 李 가족 건드리겠다”
- [단독]오세훈, 15일 김헌동 SH공사 사장 임명 예정
- 文 “자유무역에 공급망 안정 달려…韓, FTA 많이 체결한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