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호의미술여행] 새 시대의 새 미술

- 2021. 11. 12.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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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미술에서는 회화가 가장 앞서 나갔고, 풍부하고 모험적인 시도들을 보이면서 새 시대의 미술로 향해 나아갔다.

그중의 하나가 추상미술이었다.

'공간 속의 새'는 이처럼 단순하고 생략된 형태와 재료의 특성이라는 부랑쿠시의 두 가지 생각이 결합된 추상조각 작품이다.

새가 날아가는 모양을 암시하기 위해서 축약된 형태를 사용했고, 작품의 형태와 표면의 질감 그 자체로서 형식을 강조하기 위해서 추상적 경향의 작품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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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랑쿠시 ‘공간 속의 새’
20세기 초 미술에서는 회화가 가장 앞서 나갔고, 풍부하고 모험적인 시도들을 보이면서 새 시대의 미술로 향해 나아갔다. 그중의 하나가 추상미술이었다. 조각은 이렇게 다양하고 풍부하진 않았지만, 생략되고 축약된 형태로 나타내는 추상미술의 흐름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로댕에 의해서 조각이 인체조각의 기계적 사실성으로부터 벗어났다면, 콘스탄틴 부랑쿠시에 의해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조각이 시도됐다.

조각이 새로운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커다란 전환이 필요했다. 인간의 형상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자연주의적 표현 기법으로부터 벗어나야만 했다. 지금까지 조각이 인간의 형상을 바탕으로 하든지, 아니면 인간의 형상에서 영감을 얻어 창작됐다는 점에서 그 구속을 넘어서야만 했다. 이것은 추상회화가 자연과 대상을 묘사해야만 한다는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과 유사한 의미였다.

추상조각을 염두에 둔 부랑쿠시는 사용하는 재료 자체에 큰 비중을 두고, 작품의 내용보다 형식을 강조했다. 돌은 돌답게, 나무는 나무답게, 그리고 쇠는 쇠답게 나타내고 그렇게 보이도록 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전통적인 조각처럼 재료 그 자체를 넘어서는 무언가로 보이기 위해서 꾸미고 다듬고 사람들의 눈을 현혹시킬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에게 있어 조각의 목적은 각 재료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단순화된 형태를 창조하는 것이었다.

‘공간 속의 새’는 이처럼 단순하고 생략된 형태와 재료의 특성이라는 부랑쿠시의 두 가지 생각이 결합된 추상조각 작품이다. 이 작품을 보면서, 새가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을 나는 형상을 연상할 수도 있다. 아니면 매끄럽게 다듬은 유선형의 형태라든지, 그 위를 덮은 황금색 표면과 거기서 반사되는 빛의 효과 그 자체만을 주목할 수도 있다. 새가 날아가는 모양을 암시하기 위해서 축약된 형태를 사용했고, 작품의 형태와 표면의 질감 그 자체로서 형식을 강조하기 위해서 추상적 경향의 작품으로 만들었다. 과거를 떨치고 새 시대를 향해 힘차게 솟아오르는 부랑쿠시의 날갯짓이기도 하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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